어머니

이제 더위가 꺾이고 한로가 다가와서 무릎이 시리니 상강도 머지않아 다가올 것입니다

서리가 내린다고 하니 대관령에는 곧 눈이 내리겠군요

그동안 어이 지내셨는지요?

저는 부정맥 검사를 받는다고 서울로 부리런히 상경히고 의사님들 만나서 검진하고 증세가 좋지않다고 하여 이달 말경에 다시 재검진을 해야합니다

서맥이 심하다고 합니다

맥박에 문제가 있어서 박동기를 달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의사님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하면 그렇게 해야 하겠지요

그렇지만 마음이 추창해 지고 황혼의 으스름이 몸에 와 닿는 것 같아서 쓸쓸하기만 합니다

어제는 바울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서울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처가에 있는줄 알았는데 호텔에 있다고 합니다 공무로 왔다고 합니다

회사가 무척 바쁜가 봅니다

일요일 주연이 결혼식이 있는데 그때 오너라 그 곳에서 보자고 했습니다

어머니

지난주에 사촌동생 김 의진이가 별세했습니다

뇌출혈로 몇 년 고생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몸이 불편하여 가지 못하고 조의금만 귀연이 편에 보냈습니다

딸 하나 아들 하나 두었는데 딸이 회계사로 일한다고 합니다

다행이 효녀라고 하니 아버지 빈소에서 혼자 많이 우는 걸 보았다고 하더군요

시간이 나면 나중에 한 번 만나서 식사라도 하며 위로해 줄까 합니다

의진이 처는 둘이 결혼 전에 만날 때 한 번 보았지요

나보다 젊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가슴이 무척 아픕니다

안 이사도 내게 아픔을 주고 떠났고 의진이도 그러합니다

내가 열 세살 때인가 그때 의진이가 태어났으니 유모차에 의진이를 태워서 마당으로 나가고 동네를 다니고 고모님 집을 방문하면 의진이가 쪼르르 달려오고 내가 안아주고 했던 그때가 생각이 납니다

모든 것은 추억 속에 쌓이고 한 생의 마감도 추억을 안고 흘러가나 봅니다

어머니와 저와의 추억도 그렇게 천류불급이 되어 하늘로 하늘로 흘러가나 봅니다

세월의 길이가 무척 길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어머니

슬픈 이야기만 해서 마음이 아픕니다

좋은 이야기를 들려드려야 하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슬픈 이야기를 하니 어머니께 불효하는 것 같아서 제 마음이 무척 불편합니다

내일은 한글날인데 한국은 문자가 없었던 나라인데 중국의 눈을 피해서 문자를 만들어서 문자의 소중함을 알기에 이날을 기리고자 공휴일로 정했습니다

나라가 있으면 문자가 있어야 하겠지요

강진이랑 포항에 가서 미주구리를 좀 사고 노가리도 사고 해서 누님께 보내드릴까 합니다

삼청동 고모님께도 보내드리구요 

누님이 다리를 다쳐서 저는 속이 무척 상합니다

걸음도 제대로 못 걷고 슬개골이 부러졌다고 합니다

얼마나 불편할련지요

밤 공기가 요즘 추워졌습니다

어머니께서도 감기 조심하셔요

저는 감기가 제일 무섭습니다

감기 걸리면 가래도 심하지만 기침이 멎지를 않아서 고생을 많이 하곤 했지요

폐기종이 있는 저로서는 감기가 제일 무섭습니다

어머니

감기 조심하시구요 저를 위해서 기도 많이 해 주시구요 늘 지켜봐주세요

늦더라도 바르게 가는 저의 모습을 보시고 기도해 주시기 바람니다

저는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지만 불의는 절대 저지르지 않습니다

내 생이 끝나는 한이 온다해도 비루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어머니 저를 믿으시고 하늘나라에서도 누구를 만나더라도 당당히 자존을 지키시며 위엄을 지니시기를 앙청합니다

어머니께서는 알고 계시지요

저의 어머니 사랑이 지고지순함을 어머니께서는 알고 계시지요

사랑합니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