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식구들은 내가 씨레기국을 끓여두면
배가 고파도 먹는 사람이 없다.
구수한 된장 냄새
파와 무우를 썰고
양양 태양초 고추 슬척 뿌리고
의성 마늘로 맛을 우려낸 씨레기국!
나 홀로 먹는다.
큰 아들도 맛이 뭐 이레?
딸도 그러고
막내 놈은 더욱 가까이 하지 않는다.
마누라도 먹지 않는다.
구수한 맛이 사라진 것 아닌가?
조국을 떠난 지 30년
내게서 조선의 맛이 없어진 게지....
생각하다 슬픈 상념이 스며든다.
어머니 죽고 나면
한국엘 가도 난 있을 곳이 없어
호텔로 가야 한다.
다시 이방인이 되어야 한다.
잘린 뿌리를 다시 잇고 싶어
어머니 있는 곳 늘 쳐다보지만 
짧은 세월
향수라는 것
늘 가슴에서 숨을 쉬는 거지....
내 아들과 딸은 아침이면 시레국 대신에
이 추운 겨울에도 우유와 시리알을 먹는다.
구수한 된장이 잔잔히 녹고
씨레기가 한참을 익은
두부와 새우젖 그런 것 모른다.
먹으라고 하면
이상한 냄새가 나네!
고개 흔들고
싫어!
하곤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난 그 순간 이상한 나라의 엘리샤가 된다.
민진이가 생각난다.
내가 만든 음식!
놀라워하며
맛있어요.,,,,
큰아빠!!
감동 받았어요,,,,
큰 눈망을 두리번 하던 그 눈동자!!
생각이 난다.

이렇게 한 시대가 가면 다음의 시대가
뒤를 잇고 
내 눈 감으면
나의 추억도 사랑도 기쁨도 
모두 사라지리라

빈 배에 흰 눈은 내리고
오고 가는 이 없는 황량한 벌판
조국을 떠난 방랑자의 가슴에
찬 바람이 무척 서럽게게 다가오는 정월
구수한 씨레국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