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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6)
세상의 어머니들에게 물어봅니다 내 자식의 처남 그 처남의 부인 즉 내게는 처남댁이지요 그 처남댁이 오장어젓 조개젓 꼴뚜기젓 좋아한다고 내가 미국갈 때마다 담구어주셨어요 이 번 봄 두 부부가 한국 온다고 처남이 좋아한다고 총각김치를 한 달 전에 담구었지요 자연의 바람타고 삭아야지 제 맛이난다고.... 김치를 좋아하는 처남의 식성을 알고 갓김치 파김치 배추김치 이렇게 많이도 준비하셨어요 내 여행가방은 아직도 김치냄새 젓갈냄새로 캐캐합니다 세상의 어머님들 내 자식의 처남부부에게 이렇게 정성을 쏟고 사랑을 쏟으신 분 있으세요? 있다면 손 한 번 들어봐요 길가는 나그네를 불러 식사를 대접하고 아파트관리사무소 어르신네들이 집에와 뭣을 고치면 감주며 과일이며 떡이며 대접하던 그 고우신 손 활짝 웃으시며 수고하시네요 어서 오셔요 이 것좀 들어봐요 내 아들이 신세계에서 사온 좋은 과일이랍니다 사랑을 아시는 분의 미소 밤마다 지워지지않고 내게 나타나 사랑을 손짓하는 따사한 마음 이런 어머니 세상에 있으시면 손 한번 들어봐요 내가 어머니로 평생을 모시겠습니다. 20년 전 파나마로 여행을 했을 때 COLON의 ZONA FRANCA 에서 아주 이쁘고 반짝이는 오팔 반지를 하나 샀습니다 가운데 하얗게 빛가루가 뿌린 듯 빈짝이다가 붉은띠를 하고 주위엔 OVALRADO의 형을 띄며 다이야가 박힌 이쁜 반지였지요 어머니 생신선물로 그 것을 드렸지요 호호호 웃으시며 기쁘게 받으시던 그 미소가 지금 생각이 납니다 "애비야 내가 손이 작은데 어이 이렇게 딱 맞니? 너가 눈대중이 아주 좋구나 오래오래 끼마 고맙다" 외출을 하시거나 교회를 다니실 때 손님이 오거나 고향길을 떠날 때 어머닌 꼭 그 반지를 끼셨습니다 물론 루비도 있고 다이야도 있고 순금도 있지만 내 가난했을 때 정성을 모아 산 그 오팔반지를 무척 사랑했습니다 불효한 이 아들의 마음을 헤아리셨는지 겨울이면 누님이 해준 밍크코트 여름이면 며느리가 해준 얇은 보라색 세타에 이쁜 치마 해당화꽃 처럼 활짝 웃으시고 이 오팔반지를 꼭 끼셨습니다 내가 한국에 있을 땐 이주일에 한 번 수안보온천엘 모시고 갔습니다 "어머니, 나이드신 분들은 온천이 좋대요 혈류가 잘 돌아야지 피부도 곱고 오래오래 사신대요 게다가 수안보는 깊은 산중이라 자연산 나물들이 많으니 먹고오면 좋을 거에요" "그래,,,그래,,,그 물이 좋다고하더라 너 누나도 다녀왔데 가보자" 왕복 육백리길을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늘 그 길을 다녔습니다 양아들이 중국서 온다고하면 일주일 전부터 어머니 마음은 바쁩니다 처남댁에게도 이런 사랑을 주시는 분인데 양아들에겐 어떠했겠어요? 고등어국을 잘 먹는 민진 한나 싱싱한 국을 끓이신다고 그 먼 가락시장을 가자고 조르시는 어머니 그 사랑이 무척 그립습니다 고등어국에 들어가는 부추 한 단 일일이 올을 만져보시고 싱싱해야 향이 제 맛을 내지 나를 보시며 미소지으시던 그 자상한 마음 단 몇 시간이라도 다시 한 번 그 모습 만날 수는 없을까요? 바다가 보이는 작은 언덕 솔가지가 늘어진 나비산 어머니와 구름꽃 타고 손 잡고 한 번 걸어보고 싶습니다 오포길도 한 번 걸어보고 싶고 빨래를 하며 닭계장을 끓여 먹던 오십천 물줄기도 굽어보고싶습니다 경상북도 영덕군 강구면 강구동 345번지 경상북도 군위군 군위면 59번지에서 이 곳으로 시집와 나를 낳고 우린 그렇게 살타래처럼 얽키고 얽키며 사랑하고 사랑하며 살았습니다 어머니.... 오늘은 일요일 아내와 둘이 어머니 산소에 다녀올려구요 아침 5시에 일어나 이 글을 쓰고 난 뒤 기도를 끝내고 오산리기도원에 가볼려고 합니다 글을 쓰는데도 힘이 무척 많이 듭니다 당나라 시인 한유는 묵을 한번 치면 용이 하늘을 솟아오르 듯 일필휘지의 문장이 구름 처럼 일어나 필채가 번쩍이고 문장이 도도히 흘러가는 장강의 물결 처럼 흔들림 없이 이어진다고 했는데 나는 이제 손목에 힘도 없고 내 목숨 중에서 가장 소중한 보석을 잃었으니 삶의 기쁨도 소망도 없고 나의 뇌리는 온통 죽음과 죽음의 고통 뿐이니 글을 한 자 한자 치는데 시간이 옛날보다 많이 듭니다 어머니 그리는 마음에 뒷뜰에 서서 한 잎의 나무에 어리는 바람소리 들으면 어머니인가 그 소리에 마음을 잡겠지요 내가 머무는 미국 저 뜨거운 태양의 볼리비아 그리고 차겁고 냉정한 한국 어머닌 늘 내가 가는 곳 어디에도 함께 마음이 되어 존재하겠지요? 단 돈 50불 갖고 30년 전 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볼리비아로 이민을 갔습니다 그리고 2년 뒤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고 모은 돈으로 어머니 비행기표를 준비하고 어머니를 초청하여 지난 30년을 함께 동고동락 했습니다 그 가난했던 시절에도 어머닌 김치에 된장국 하나면 식사를 즐겁게하셨고 내가 브라질로 일주일씩 차로 버스로 기차로 다녀와 오징어다 고등어다 갈치다 아이스박스에 소금과 얼음을 치고 도시마다 다니며 얼음을 구해서 바꾸고 바꾸고 일주일만에 산타쿠르스에 오면 어머니... 생선을 좋아하시던 어머니! 갈치를 얇게 쓸어 밥식혜를 담구시고 고등어는 삶아서 뼈를 밝히고 부추와 근대를 어디서 구해와서 국을 끓이시고 오징어는 젓갈을 담구시어 부족한 이웃들과 나누어 드셨지요 맛나는 김을 구해드리면 오징어 젓갈에 김을 올리시고 밥 한 그릇을 다 드시고 "에비야 사또가 부럽지않구나" 하시던 그 고운 행복! 전 늘 기억하고 있답니다 마미...내 인생의 전부를 잃고 내가 더 살면 뭐 해요 나도 엄마 따라가고 싶지만 짱구가 이제 나이 열네살 어린 나이에 너무 슬픈일이 생겼다고하면서 울더래요 그리곤 아빠 데리고 와....죽을만큼 보고싶다고 하더래요 어머니... 깊은 산에 들어가 머리를 깎고 어머니 영혼을 위로해 드리고 늘 어머니 생각하며 살고 싶은 마음.... 하루에도 수 십 번 난 그 길을 가고 싶습니다 허나, 어린 막내가 너무 불쌍해서 미국에 한 번 다녀올게요 가족묘지도 이쁜 걸로 준비하고 어머니 묻힐 자리 오른 쪽에 내가 누울 그 자리를 직접 내가 가꾸어서 어머니 모시고 갈려구요 바울은 한달 전 어머니가 아프다고 왔다갔지만 보배는 보지도 못하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대성통곡을 하더래요 어머니가 두 아이를 십년 넘게 키웠고 내가 가장 힘들 때 어머니께서...밥이며 옷이며 일일이 챙겨주셨던 그 사랑이 이 두 아이의 가슴에 영원히 남아있을 거에요 해서 어머니 기일엔 세상 어디에 있더라도 이 세아이들이 어머니 산소에 모여서 기도하며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찬양할 거에요 어머니 바울을 위해서 늘 기도하셨던 어머니 이제 멀지않아 그 아이가 세상을 흔드는 큰 인걸이 될 것입니다 어머니 은혜와 사랑에 늘 감사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대요 엄마 이제 글 그만 쓸게요 너무 울었더니 기운이 하나도 없네요 좀 있다가 보매모가 일어나면 차 한 잔 마시고 엄마에게 갈게요 요즘은 저녘에 집으로 올 때 뭘 사갖고오지 못하고 늘 빈손으로 와요 엄마가 없으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참 싫어요 그래서 곧 이사를 간답니다 어머니 잃은 이 용인이..아니 이 집이..참 싫습니다. 내가 왜 여길와서 엄마를 잃어야했는지 나 자신이 너무 밉습니다. 어머니... 용서하셔요... 제가 제가...전부 잘못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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