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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62)-편지
편지 혼자서 외로울 때는 편지를 쓴다 사람에게 상처받아 마음이 아플 때 눈물에 젖은 길고 긴 편지를 쓴다 한 번도 부쳐 본 적 없는 주름진 편지 아침에 일어나 새소리에 창문을 열며 내가 쓴 편지의 답장을 기다려 본다 이기와 이익에 흔들리는 지상의 불꽃 그 불꽃에 온몸을 데어 아프고 외로울 때 길이요 진리요 생명인 그 분께 나는 편지를 쓴다 길고 긴 편지를 쓴다. 어머니...천둥과 시인에 수록된 내 마음의 편지입니다 전 교수님께서 이 시에 곡을 부쳐 노래를 만드신데요 내 시에 곡이 입혀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머니... 아침에 박경리의 소설 토지를 읽다가 성환할메가 지 아들 석이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주름진 얼굴에 생기가 돌며 부엌에 들어가서 홍이 점심 준비를 하면서 조왕신에게 기도하는 소리를 듣고 미친듯이 울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날 그렇게 키우셨지요? 그 노래소리,,,애미가 자식을 그리워하며 부른 그 노래소리 들어보실레요? 난 어머니가 정말 그립습니다 나무를 보나 구름을 보나 하늘나라에 있을 어머니가 무척 보고싶습니다 어머니 빈 자리.... 책도 놓아보고 사람도 놓아보고 돈도 놓아보고 술의 망각도 놓아보았지만 이기지 못했습니다 "조왕님께 고맙십니다" 큰 솥이 걸려있는 부엌 벽면을 향해 성환할메는 손을 비비며 절을 하고나서 바가지 들고 나온다 쌀을 떠내어 장독가로 간다 쌀바가지를 내려놓고 성환할메는 또다시 손을 비비고 절을 한다 "터줏대감님네 고맙습니다 우짜든지 간에 우리 성환애비 명이 쇠닺줄겉이 질겨서 자식들하고 상봉하게 하시고 옛말 하면서 식구들이 모여 살게해주이소 만사는 다 신령님께 요량하시기 탓이니께 늙은 것 정성을 헤아리사 부디, 부디, 비나이다" 그리고 쭈그리고 앉아서 쌀을 씻는다 이 때 야무네가 들어왔다. 내 어머니도 그렇게 조왕신에게 삼신할무니에게 빌며 내 명을 축원했다 " 영도할메요 부디 내 아들 국찌를 오래..오래..장수하게해주이소 여든 여든 두 여든 동박삭에 메를 쓰고 청산에 깃을 두고 부디 부디 내 아들,,,꽃 같은 내 아들,,, 신령님께 비나이다,,신령님께 비나이다,,,부디 부디 내 아들,,, 하늘 아래 제일가는 사내로 태어나,,,세상 모든 사람 우러러고 받들고,,, 바다보다 깊고 하늘 보다 높은,,사내 기상 받들고,,, 조왕님요,,,삼신할메요,,,부디..부디..." 그렇게 내 운을 축원하던 할머니도 가고 어머니도 가고 또 내 어둠의 별을 지키던 영도할메도 갔다 내가 지금 있음은 내 능력도 아니요 자신도 아니요 운수도 아니다 한 오백 년,,이렇게 사랑의 몸부림이 녹아 쌓여 내 피가 되고 내 살이 되어 엉긴 한의 염원이었으리라 인간이 신에 대항할 수있는 유일한 기도는 내 생명을 이어받은 자식이리라 난 그 자식의 너울을 쓰고 사랑을 이행하지 못했으니 내 죄업이 깊고 슬프다 편지를 쓴다 길고 긴,,,, 그러나 난 그 긴 편지 부칠 데가 없다 손과 발 잘려나가고,,,, 내 야윈 혼의 마음으로 편지를 쓴다 아무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처절하게 구겨진 나의 편지 그 뿌리가 그리워 이렇게 괴로워한다 어머니 마음,,, 분노의 마음이 아닌 사랑의 마음,,, 그 바다 그렇게 우린 수평선 너머 하나의 언약이 되었다 어머니 하나님 이름을 걸고 맹세한 사랑과 은혜와 숙명... 어머니 이제 당신의 형혜는 사라졌지만 그 빈 자리... 수 많은 세월이 흘러가도 영원히 내 몸과 영혼 속에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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