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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339)
어머니 요즘 날씨가 밤엔 쌀쌀하고 추워졌습니다 감기가 들기 좋은 기온변화라 낮엔 덥고 밤엔 추워 옷을 여러 벌 내놓고 입어야 합니다 저는 긴 팔 옷은 많은데 반 소매 옷이 별로 없어 로스에 가서 몇 벌 사야할 것 같습니다 저가 갖고 있는 옷들은 전부 오래 된 셔츠 팬츠입니다 더러는 어머니께서 사 주신 것들도 아직 입고 있고 한국서 예전에 입던 옷들 그리고 볼리비아에서 입었던 옷들 그런 것들입니다 겨울용 옷들은 요즘 새로 나온 것들이 많아서 오리털 파카나 거위털 파카 그런 멋진 옷들이 많습니다 저는 처남 대환이 장가 갈 때 아르헨티나 여행가서 산 가죽 잠바 그 것 하나로 늘 겨울을 나곤 합니다 벌써 첫 딸 아이린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나이이니까 18년 가까이 그 옷을 입고 겨울을 났습니다 아이린은 공부를 잘하여 전교 일등을 한다고 합니다 처남댁이 좋아라 합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보낸다고 합니다 아이비 리그 어느 곳에만 나와서 의학이나 법학을 전공하면 영주권을 내고 미국서 잘 지낼 수가 있겠지요 제가 힘껏 도와줄려고 합니다 어머니 며칠 전에 강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물려주신 초등학교 근처 야산이 국도에 조금 편입되어서 국가에서 보상이 나왔다고 합니다 73m2 편입되었는데 싯가로 보상하는 것이 아니고 기준보상비가 따로 있나 봅니다 평수로 22평 정도 되는데 2천2백만원이 나왔다고 합니다 지금 강구 주택가 대지 평당 천만원이 넘는데 평당 백만원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정부에서 고시하여 주는 것이라 이의 신청을 한다고 해도 받아줄 가능성이 없다고 합니다 아버지께서 제게 물러주셨지만 우리 육남매가 아버지에게서 받은 것이 아무 것도 없었고 어린 동생들은 결혼 할 때 그 어느 것도 준비된 것 없이 외롭게 가난하게 출가를 하여 저는 늘 그 것이 마음에 아픈 돌이 되어 내 가슴을 눌렀습니다 성난이 경란이 귀연이는 어머니 장례 끝나고 남은 삼천만 원 천만원씩 나누어 주었고 경란에게는 어머니께서 입던 밍크 외투를 주었습니다 해서 이 번에도 2천2백만원을 나누기 6을 하여 3백6십만씩 나누어 줄까 합니다 큰 돈은 아니지만 이렇게 작은 돈이라도 형제자매들과 골고루 나누면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께서도 제 마음을 보시고 기쁘하실 것 같습니다 부모는 못난 자식이 더 마음에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있습니다 누님은 부유해도 기뻐하실 것이고 강진이는 작년에 아파트 한 채를 누님이 해 주었고 또 지난 4월부터 한 달 국민연금이 백오십만 원씩 매달 나오지만 더욱 좋아하겠지요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께서 45년만에 작은 금일봉을 우리 자식들에게 나누어 준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깊어서 다른 어느 돈보다도 더 유용하게 쓸 것 같습니다 내 마음을 강진에게 전하였더니 좋아라 합니다 원래 돈을 좋아하고 욕심이 있는 놈이라 공돈이 생긴 것처럼 좋아합니다 어머니 제사도 지내지 않겠다고 하던 효심이 없는 자식이 부모님 주는 공돈은 더 밝히는 법입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형님 아버지 돌아가시고 30년을 어머니 모시고 살았고 아버지 돌아가시고 45년을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며 집안 일을 혼자 맡으셔서 묵묵히 해 나가신 형님이시니까 이 돈은 형님이 다 가지셔도 저희는 할 말이 없습니다 큰 돈도 아니고 하니 형님이 다 가지시고 어머니 제사나 아버지 제사 때 비용으로 쓰십시오" 빈 말이라도 그런 말을 들었으면 제가 기뻐하며 나누어주겠지요 제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웃고 헤헤하고 좋아라 하고 죽습니다 대인에게는 명예를 걸고 소인에게는 이익을 걸라라고 한 말이 생각납니다 어머니 대인 소인이라는 말을 하고나니 생각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옛날 저의 집 옆에 어느 효녀가 살았습니다 오라버니가 둘 있는데 올캐랑 불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들 집에 있지 않고 어머니를 모시고 임종까지 함께 살았습니다 하루는 다비 저녁 준비를 하다가 간장이 떨어져서 빌리려 갔습니다 정말 놀라운 모습을 목도하였습니다 어머니 머리를 자기 허벅지에 눕히고 머리를 빚고 있었습니다 동백기름을 바르는지 꽃기름을 바르는지 멀어 잘 보지는 못했지만 손바닥으로 어머니 뺨을 어루만지며 아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미소를 띄며 어머니를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효자로 소문이 났지만 남자라서 그런지 어머니 머리를 제 허벅지에 눕힌 적도 없었고 머리카락이며 뺨을 어루만지며 한 번도 자상하게 어머님 뺨에 볼을 맞춘 적이 없었습니다 사랑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어느날 마늘이 떨어져서 마늘 한 톨을 빌리려 갔습니다 식탁에서 멸치 대가리랑 똥을 몸체에서 언니랑 같이 떼내고 있었습니다 무슨 멸치인지는 모르나 은빛이 환하게 빛나고 한 눈에 봐도 보통멸치가 아니고 아주 비싼 통영멸치나 죽방멸치 같았습니다 한 박스를 오픈하여 다듬는데 그 손놀림이 아주 재바르고 재미나는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무척 행복해 보였습니다 "멸치가 무척 많습니다 무슨 음식을 준비하시는지요?" " 저의 어머님이 잔치국수를 좋아하십니다 해서 멸치육수를 낼 준비를 하는 것이지요" "이 멸치로 육수를 내면 정말 맛날 것 같습니다 저의 고향 영덕 옆에 안동이란 곳이 있는데 그 곳에는 안동국시라고 하여 강구멸치로 육수를 내는데 맛이 아주 별미랍니다" 그리고 달포 남짓 지난 어느 날 제게 전화가 왔습니다 점심을 하지 않았다면 국수 한 그릇 먹으러 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보배애미랑 같이 가서 국수를 먹는데 그 잔치국수에 우니가 고봉으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제 평생 처음 먹어 본 우니국시 그 멸치로 무엇을 더하여 육수를 냈는지 구뜰한 맛이 기가 막히고 성게알이 간이 배여 향큼하고 짭조름한 맛이 아주 좋았습니다 지금도 마닐마닐한 그 맛이 구메구메 생각이 나서 한 번 더 맛보았으면 합니다 집으로 와서 보배애미에게 물었습니다 "보통 내공이 아니야 나는 더 공부를 해야겠어" "정말 놀랐네요 우니를 곁들이다니..." 그리고 이따금 발톱을 깎아준다 발을 씻어준다 음식을 입속으로 넣어준다 온갖 정성을 다 쏟았지만 어머니는 암으로 일 년 후 타계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한국에 있었는데 보배애미가 "옆집에 초상이 났나봐요 사람들이 검은 옷을 입고 들어가고 합니다"고 해서 알았습니다 전도사님이라 우리 다비가 시간이 날 때마다 제가 데리고 가서 기도를 받았습니다 좋은 대학을 들어가게 해달라고 제가 부탁을 늘 드립니다 열심히 기도해 주었습니다 벌써 8년 세월이 흘러갔네요 다비가 대학을 졸업하고 벌써 3년 세월이 흘렀으니까요 어머니 어머니 타계하시고 13년 저는 그 세월에 참 많은 상봉과 이별이 있었습니다 생사야은은 예 이사매 저히고 나는 가난다 말도 못 니르고 가난이 잇고 어느 가슬 이리저리 떠질 입다혀 한댓 가지에 나고 간 데 모르는 정 월명사가 쓴 제망매가가 생각나는 밤입니다 그렇게 좋은 넓고 큰 집에서 모친이 돌아가시자 비싼 은행이자를 감당하기 힘들어 집을 팔고 조그마한 아파트로 이사를 와서 병든 언니랑 다리 다친 아들과 셋이서 힘들게 살아간다고 합니다 베란다도 없는 작은 아파트에서 방 하나 아들이 쓰고 또 방 하나에 침대 하나 언니랑 같이 생활한다고 합니다 언니는 아들이 있어도 와 보지도 않고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아 자기가 모시고 산다고 합니다 남편은 브라질 선교사라 건강이 조금 나아지면 오라고 해서 가면 병을 안고 돌아와서 갈 곳도 없어 아픈 사람이 33키로의 뼈만 앙상한 언니 병간호를 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병을 얻어 작년에 큰 수술을 하였고 올해 또 큰 수술을 하여 지금은 누워있다고 합니다 이런 동생에게는 오라비가 작은 돈이지만 나누어 주면 약값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불행이도 유진이 어머니에겐 그런 오라비가 없고 다행하게도 저에겐 수술하여 누운 동생이 없어도 돈을 나누어 줄 오라비가 있으니 참으로 불공평한 세상입니다 어머니 착한 사람이 어이해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요? 생업도 사라지고 병든 몸으로 병든 언니를 도와야 하는 환경에서 무엇을 어이해야 할까요? "정이 많은 내 아들 정 빼면 넌 무엇이 남을꼬? 너는 국량이 넓으니 세상에 나아가 항상 의를 먼저 생각하며 살아라" 하신 어머니 말씀 저는 늘 그 말씀을 가슴에 묻고 살아왔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고마운 돈 제 몫은 얼마 아니 되지만 조금 떼어서 약값에 보태시라고 나누어주면 어떨까요? 아버지께서도 기쁘하시지 않을까요? 작은 것이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형제에게 이웃에게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전 그런 것이 너무 좋습니다 어머니께서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늘 베풀며 한 세상을 살아오셨지요 그런 삶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적선지가(積善之家)가 되고 마침내 필유여경(必有餘慶)이 된다고 저는 믿습니다 "주 예수를 믿으라 너와 너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 이 말씀이 기독의 원리요 실체입니다 예수는 그 존재 자체가 죽음을 넘어선 사랑입니다 예수를 믿으라고 한 이 말은 세상에 나아가 사랑을 실천하라는 권면입니다 저는 그 길을 갈 것입니다 어머니께서도 하늘나라에서 저게 힘을 주시고 기도해 주십시오 얼마 남지 않은 내 목숨 먼저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데 힘을 다하겠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행복이나 불행이나 생로병사 속에 인생은 저물어 갑니다 다음달 한국가면 영덕군청에 가서 보상비를 받아서 누님이랑 강진이랑 잘 상의하여 균등히 나누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께 다시 그 결과를 말씀 올릴게요 선한 사람이 잘 살고 행복해 하는 세상이 왔으면 합니다 억강은 제 능력 밖이지만 부약은 제가 힘이 닿는대로 애를 쓰겠습니다 거세개탁(擧世皆濁)의 세상 모두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이익을 위하여 도행역시(倒行逆施)를 합니다 3억을 투자하여 눈 먼 백성을 속이고 3천억을 버는 그런 세상입니다 그런 세상에서도 작은 떡을 나누고 미소와 은혜를 나누는 삶이 저는 좋습니다 어머니 대동의 세상을 거치면서 혼란이 왔었고 이제는 소강의 세상으로 접어듭니다 작은 평강이 내 영혼 깊은 곳에서 샘물이 되어 목을 추기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저의 간절함 대인의 길은 좁은 문의 험난한 길임을 앙드레 지드가 말하지 않았어도 저는 일찌기 알았습니다 효를 다하고 의를 다하고 신의를 다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불행 속에서 신음하지 않는 세상 유토피아가 아니어도 저의 손 가까이 이 기적의 역사가 꽃 피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하나님이 저에게 지혜를 더하고 축복의 예시를 점증하여 주시면 기도하며 기도하며 마당이 있는 작은 집이라도 한 채 꽃을 심으며 여생을 보내시라 축복의 꽃비가 가득 내렸으면 합니다 밤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며 외로운 이 길을 주마가편하고자 합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제 마음의 중심에 계시니까 기적의 역사를 또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안영기 이사님의 암도 물리쳐 주시고 병고를 털고 일어나게 해주시고 곽홍섭 사장님의 사업도 다시 권토중래하여 모든 빚을 갚고 우뚝 일어서길 기도합니다 멀리 상해에 있는 아우님도 더욱 건강하여 하루라도 빨리 고국으로 돌아오길 학수고대합니다 석회가 많은 식수와 나쁜 공기에 건강이 얼마나 나빠질까요? 저는 늘 아우님의 건강을 걱정합니다 어머니 하나님의 문은 진실로 정성을 다하여 두드리면 열린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말씀을 믿습니다 아픈 사람에게는 치유의 역사가 열리고 집이 없는 사람에게는 작은 보금자리가 열리고 외로운 사람에게는 막막함의 어둠이 그치고 따뜻한 하나님의 손길이 예비 됨을 저는 굳건히 믿습니다 저는 아침이면 기도하고 밤이면 기도합니다 불효막심한 진이 오늘은 말이 무척 많았습니다 그만큼 마음이 아프다는 증거이겠지요 하나님은 저를 너무 어여뻐하시고사랑하심을 압니다 바울을 위한 기도도 들어주시었고 다비를 위한 기도도 들어주시었고 강진이 집문제 기도도 들어주시었습니다 게다가 볼리비아에서의 강도사건도 세관사건도 하나님께서 모두 다 해결해 주시고 저를 다시 우뚝 세워주었습니다 30만불이 넘는 구문회의 계파동도 하나님께서 말끔히 보상해 주었습니다 어머님을 위한 기도도 예수님의 환상으로 저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이제 저의 더욱 간절한 기도소리를 들으실 것입니다 착한 사람들을 위해서 흘리는 저의 눈물의 기도소리를 들으실 것입니다 멀지않아 하나님의 축복이 가슴에 깊이 와서 맺히는 거룩한 은혜의 역사가 이루어 질 것입니다 여호와는 평강의 주이시니 우리를 잔잔한 물가로 기쁨의 언덕으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어머니 안녕히 계십시오 무척 보고 싶은 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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