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안녕하신지요?

소자 진 무사히 3일 전에 한국에 잘 도착하였습니다

날씨가 조금 추운 것 빼곤 크게 달라진 것도 없고  공항엔 지난 번 보다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았습니다

아마 이제 코로나가 조금 숙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드는군요

옛날보다 건강이 조금씩 나빠지는지 피곤하고 

비행기 타는 일이 조금씩 어려워지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진이는 잘 있고 누님도  잘 계시고 모든 형제들이 모두 건강하게 잘 있었습니다

무척 다행한 일이라 생각되어 늘 하나님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어제는 영덕군청에서 메일이 왔습니다

회계연도가 가까워 오니 보상금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달라는 글이었습니다

지금 시차극복 중에 있고 다음 주에 영덕을 들리겠다고 연락을 드렸더니 담당자님께서 알겠다고 기다리겠다고 하였습니다

간 김에 강구에 들러서 고향 소식도 듣고 길카리들도 만나서 좋은 안부와 소식을 들을까 합니다

강진이랑 함께 가고 싶은데 강진이가 휴가를 낼 수 있을런지 의문입니다

포항에 옛날 태영당약국을 하던 동무 한 분이 살고 있는데 그 부인이 네스카페를 엄청 좋아합니다 

옛날에 제가 한 병을 선물하였는데 그다음 저를 대할 때 커피 이야기만 하더군요

그동안 제가 바빠서 커피를 그 부인에게 선물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콜롬비아산 네스카페 오리지날을 몇 병 갖고 왔습니다

물론 살 때 그 동무 부인을 생각해서 제일 큰 병으로 샀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포항에 들러서 동무도 만나고 부인도 만나고 커피 한 병을 선물할까 합니다

맛나게 드시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저는 그것으로 마음의 피곤을 잊을 수가 있습니다

제가 누구에게 무엇을 주는 사랑의 마음은 하나님의 은혜 속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

지원이가 지금 한국에 나와 있습니다

결혼한다고 마음이 풍부한지 눈 쌍꺼풀 수술을 하기 위해서랍니다

오늘 수술을 했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부기가 빠지면 누님이랑 동생들을 상견례하겠다고 합니다

미국서 자란 아이인데 한국식의 예의를 지킬려고 하는 모습이 무척 깍듯하고 대견스럽습니다

결혼식은 6월인데 강진이는 직장 관계로 못 올 것 같고 누나랑 귀연이는 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와주면 고맙지요

엘에이에 형제가 없으니 많이 설렁할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리고 12월 20일 날 엘에이로 돌아간다는데 그 전에 어머니를 뵈었으면 합니다

상견례하는 날 좀 일찍 서울 가서 지원이를 태워서 파주를 갔다가 돌아와서 누님이랑 귀연이를 만나면 어떨까? 장소는 소공동 롯데로 하면 어떨까 생각중입니다

그곳에서 하면 삼청동 고모님도 초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입니다

제가 늘 고모님의 사랑 속에서 자랐고 그 사랑 속에서 아직도 기도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지원이와 먼저 상의해 보고 그다음 누나랑 귀연이와 약속 날짜를 조절할까 합니다

15일 날 아버지 제사는 무사히 별탈 없이 지냈습니다

도착 그 다음날이 제사라 정신이 없었지만 정성을 다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함께 오셔서 작은 음식이지만 잘 드시고 갔으리라 믿습니다

12월 초에는 병원예약도 해야하고 치료도 받아야 할 것 같아서 어머니 창에 자주 들리지 못할 것 같아서 걱정이 많습니다

고혈압은 어느 정도 잡혔는데 심장에 문제가 있어서 장기적으로 치료를 해야하고 수술도 해야할 것 같아서 요즘은 걱정이 많습니다

어머니께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무척 아프시겠지요

건강하지 못해서 죄송하고 저도 마음이 무척 무겁습니다

허나 원인을 알았으니 의사님과 잘 상의해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잘 혜쳐나가겠습니다

육신의 병이지 마음의 병이 아니니 좋은 결과가 나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산에 다녀왔습니다

가을산행은 아름답고 막바지의 단풍들이 울긋불긋하여 바람에 스치듯 그 움직임이 너울너울 하여 내 마음에 율동을 짓게 하였습니다

한국의 산야가 아니면 그 아름다움을 짐작할 수 없기에 저는 이 땅에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난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시장에 가면 할어니들 아지메들이 나물이랑 고구마랑 당귀 더덕 도라지등을 팔면서 사가라고 웃고 눈웃음을 치는데 그 순박함이 내 야윈 가슴에 닿아 소용돌이로 남습니다

가격이 얼마냐고 물으면 금새 비닐봉지를 들고 나와 막 집어 넣습니다

기가 막혀서 허허 하면서 사 갖고 옵니다

이 풍경이 저는 너무 저의 향수를 자극하여 마음이 어린시절로 돌아갑니다

어머니와 손을 잡고 강구 5일장을 돌며 어머니 심부름하며 함께 장을 보러 다니던 그 시절이 가슴에 회상으로 남아 나를 아련하게 합니다

잔치국수를 맛나게 먹고 

이따금 붕어빵도 먹고

하얀 옷을 입고 장사하시던 시골 아낙들의 자연풍경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조선의 고풍찬연한 풍광이었지요

어머니

고국에 와도 향수는 더욱 두껍게 내 가슴에서 피어오릅니다

게다가 다음 주에 고향을 간다고 하니 더욱 마음이 설렙니다

고샅길 하나하나

신작로 하나하나

모든 것이 어머니와 저의 추억에 다리를 놓고 있습니다

왜 바다는 출렁출렁 내 마음의 기슭에 다가와서 그리움을 토하고 저만치 물러갈까요

생로병사의 인간사의 유한을 가까이 다가와서 말로 해주는 것 같아서 철썩이는 스침이 예스럽지가 않습니다

어머니

안녕히 계셔요

강구 다녀오고 서울 다녀오고 지원이 잘 챙겨서 엘에이에 보내고 난 뒤에 들리겠습니다

다비가 요즘 집에 와서 열심히 근무하는 것을 보고 왔습니다

무척 행복한 다비 모습에서 제가 해야 할 책무와 의무를 생각합니다

갈비찜을 해 주고 왔습니다

한 접시를 다 먹고 아빠 맛 있었어 하던 모습이 선합니다

금방 헤어져도 자식은 또 보고 싶고 보고 싶은 보석인 것 같습니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반짝이는 보석은 어둠을 비추는 별보석일 것 같습니다

밤엔 혼자 일어나서 서성이다가 어머니 영혼을 위해서 하나님께 기도 합니다 

볼리비아는 위정자들이 국민의 재산을 뺏을려고 법을 고치고 하여 전 도시가 파업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로서 열흘째 입니다

인간세상사 모든 것이 물질로 바뀌고 있습니다

가슴 아픈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어머니

안녕히 계십시오

불효자 진 다시 어머니께 들리겠습니다

어머니

내 그리운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