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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342)
어머니 오늘은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아사 일찍 일어났습니다 누웠다 깼다 기도하다 일어나다 하다가 목이 칼칼하여 일어나서 양치하고 세면하고 커피 한 잔을 태워서 이렇게 어머니 앞에 앉았습니다 이번주 화요일 어머니께 갔었지요 충청도 어느 지방을 지나는데 눈이 엄청 왔습니다 마침 그날이 소설이라고 뉴스에 나오더군요 24절기에 입동이 지나면 다음이 소설이고 그 다음이 대설입니다 소설 대설이 지나면 동지이지요 제가 맛나게 먹는 동지팥죽의 날이 이날입니다 동지가 되면 제일 좋은 기억이 어머니께서 팥죽을 쑤어서 제게 주시며 "너 나이만큼 새알을 넣었으니 다 먹도록 하여라" 하신 그 말씀이 아직도 제 귀에 살아있습니다 저는 입에 넣으면 찐득하고 씹으면 물컹하는 이 새알심이 먹기가 거북했지만 어머니 눈치를 슬쩍 보고 먹는척 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이만큼 먹어야 한 살을 더 먹고 더 큰다는 속설은 아직도 유효한 것 같지만 시대가 바뀌어 동짓날 팥죽을 먹는 집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대신에 팥칼국수가 개발 되어서 거리에 이따금 팥칼국수 집이 보이고 중앙시장이나 서문시장에 가면 포장마차 간이식당에 팥칼국수나 칼제비 음식을 파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어머니를 뵈니 마음이 무겁고 찬송가를 부르는데 자꾸 눈물이 나왔습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갑니다' 이 찬송가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찬송이고 어머니께서 교회에 나가시면 이 찬송을 즐겨 부르셨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언제나 넘치는 삶을 어머니께서는 하셨고 마즈막에 행복하구나 하셨던 옥음이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이제 곧 겨울이 오는데 하늘나라는 얼마나 추울까요? 어머니께서는 유달리 추위를 두려워 하시고 견디기 힘들어 하셨는데 제가 너무 걱정이 되어서 하나님께 기도를 많이 하였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제 걱정은 하지 말아주시고 편히 하나님 사랑을 받으시고 즐겁게 지내셨으면 합니다 저녁에 잠 들 때 어머니 기도 새벽에 일어나서 어머니 기도 그리고 하루에 세 번 식사 때마다 어머니 기도를 합니다 제 생각에 최소한 하루에 다섯 번 기도를 하니 일년이면 2.000번 정도 됩니다 하나님께서도 일년에 2.000번 이상을 제가 기도 드리니까 틀림없이 제 기도소리를 들으시고 특별히 어머니를 가까이 부르셔서 굄을 많이 드릴 것입니다 저는 '두드리라 그러하면 열린 것'이라고 한 성경 말씀을 철석 같이 믿는 사람입니다 혹한의 동장군이 와도 제 가슴에 남아있는 이 믿음이 저를 든든하게 합니다 그러하니 어머니 따뜻하게 지내세요 만약 어머니께서 추워하시거나 꿈에 "애비야 많이 춥구나" 하시는 그런 꿈을 꾸게 되면 저는 가슴이 찢어져서 견디기가 정말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울어도 울어도 끝이 없는 제 눈물은 아마 큰 내를 이루고 큰 강을 이룰 것입니다 고려시대 문신 정 지상은 슬픈 이별을 대동강수하시진 별루년년첨록파라고 했습니다 저에게는 별루년년이 아니고 별루일일로 표현하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지금도 부벽루에는 정 지상의 시가 걸려 있다고 하니 정 지상을 죽인 김 부식의 명성이 어찌 한 시인의 진솔함을 능가할 수 있겠습니까? 칼은 기껏 몇 십 년을 가지만 시는 천 년을 간다는 말을 저는 굳게 믿습니다 수양대군의 칼은 겨우 십 년 남짓했지만 박 팽년의 시는 아마 천 년을 넘어갈 것이요 그의 죽음은 만 년을 가도 청사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김 시습의 행적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통양상관이란 이를 두고 한 말 같습니다 어머니 오늘은 아침을 먹고 영덕으로 갑니다 영덕군청에서 토지보상비를 빨리 찾아가라고 공문이 왔습니다 강구에 들러서 고모님들도 만나고 그동안의 이야기도 듣고 산소도 들러보고 올까 합니다 지난 추석에 산소를 가지 못아여 마음에 부담이 되었는데 소주 한 병 들고 안주 몇 가지 들고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가서 인사하고 포항에 들러서 동무들을 좀 만나고 어머니 좋아하셨던 꼴복지가 있으면 조금 사 갖고 와서 저녁에 강진이랑 담소하며 먹어볼까 합니다 맛이야 별로지만 어머니께서 특별히 좋아하셨던 생선이라 저도 있으면 먹어보고 좋아할까 합니다 그리고 축산에 들러서 미주구리 회를 좀 사서 누님께 문어 한마리 선물할 때 아이스박스에 같이 넣어서 보내드릴까 합니다 정재네가 미국서 돌아와서 식구가 이제 다삿명이라 조금 보내서 될 일이 아닙니다 대게를 특별히 좋아하시는 누님께 보내 드릴 예정이니 축산가는 길은 힘들지 않습니다 다녀와서 푹 쉬고 내일은 토요일이라 옛날 은사이신 이 태일 선생님을 뵐려고 합니다 선생님은 제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었습니다 저를 너무 귀여워해주시고 애틋하게 사랑하여 주셔서 저는 이 선생님을 절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우연히 전화번호를 알았고 카카로 인사하게 되었고 제가 방문한다고 말씀드렸더니 너무 기뻐하십니다 이제 연세가 여든정도 되셨을 것입니다 앞으로 좋은 약과 미국서 이름있는 후코이단이라든지 암에 효능이 있는 귀한 영양제등을 갖고와서 선물할 생각압니다 선생님께 드릴 네스카페 큰 병과 아몬드가 들어있는 다크 쵸코렛 한 통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내년에 볼리비아에 가면 선생님께 드릴 마떼 코카와 떼 만사릴라도 갖고와서 드릴려고 합니다 몸안의 염증을 잡아주는데는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습니다 떼 만사릴라는 몸안의 염증의 뿌리를 녹여버리니까요 유태인들 덕에 우리 모두가 암에서 조금은 해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날이 밝았습니다 먼동이 가까이 다가옵니다 강진이 아침을 준비해 주고 저는 빵 한 조각 먹고 일찍 출발할려고 합니다 고향 가는 길은 어머니를 만나려 가는 어릴 때의 추억으로 가득찹니다 비포장 도로를 하루 걸려서 달려가면 "아이고 내 아들 진이가 왔네" 하시며 반갑게 저를 끌어안아 주셨던 다정한 모습 눈에 눈물이 걸썽이며 아이고 아이고 하셨던 음성 그 시절이 저는 무척 그립습니다 어머니 조금만 더 살아계셨다가 떠나시지 어이하여 그리 일찍 떠났셨는지요 저는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원통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습니다 내년에 다비가 장가를 드는데 색시가 너무 이쁘고 깍듯하여 정말 어머니께 자랑을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지금 한국에 나와 있습니다 더 이쁘게 하여 결혼한다고 쌍꺼풀 수술을 했다고 합니다 하는 짓이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게다가 머리가 얼마나 우수하고 영민한지 분별이 있고 효심도 좋아 저를 무척 기쁘게 합니다 하니, 어머니 계셨다면 할머니 할머니 하며 얼마나 붙임성 있게 정을 주고 받았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다음달 12일 누님과 귀연이 그리고 강진이 상견례를 한다고 뭐 준비를 한다고 떡을 맞춘다나 그럽니다 듣고 있으면 댕갈댕갈 귀여운 소리만 합니다 저에게는 혼인식 때 입을 양복 한 벌을 한다고 합니다 어머니 계셨다면 좋은 한복 한 벌은 따논 당상인데 어머니께서 입으시고 턱하고 예식에 참석하시면 원래 미인이시지만 옷이 날개라 더욱 돋보이고 다비를 더욱 빛나게 하였으리라 짐작합니다 게다가 저희는 어머니를 닮아서 인물이 출중하지 않습니까? 보배와 바을은 뛰어남이 소소리 산과 같고 특히 다비는 제임스 딘을 닮았다고 하더군요 이는 속일 수 없는 사실이기에 저는 과감히 이 자리에서 바른 소리를 합니다 오죽하면 길씨 아줌마가 보배를 보고 하늘에서 똑하고 떨어졌구나 하셨을까요? 어머니께서도 생존하셨을 때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제가 한 말이 아니고 타인이 한 말이기에 독자들은 오해하지 마시기를 바람니다 그럼 어머니 조금 민망한데 이만 글을 줄이고 영덕 다녀와서 다시 들리겠습니다 오늘은 다비 결혼식 이야기를 하다보니 제가 좀 흥분했는지 이야기가 조금 뻘쭘합니다 봉희고모님 아시죠? 저랑 나이가 세살 차이인데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당뇨합병증 같은데 백내장은 수술을 일찍하면 치료가 가능한데 아마 시기를 놓친 것 같습니다 저도 일년에 두 번 백내장 검사를 합니다 이제 시작되었다고 의사님이 그러더군요 아마 조금 있으면 수술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고모님은 각막이 다 덮혀서 수술도 불가하다고 합니다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오늘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은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딸이 은행에 다니는데 보험도 되는데 눈이 아프면 자주 병원에 다니면 되는데 혹시 아프면 딸에게 피해를 줄까 싶어서 병원에 자주 가지 않았노라고 하더군요 더 큰 마음의 피해를 주었는데 미정이는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요? 저도 무척 가슴이 아픕니다 어머니 안녕히 계십시오 소자 다시 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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