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날씨가 점점 추워집니다

이곳 남쪽은 아직 강추위는 아니지만 어제 대설이 지나고 북쪽은 눈도 내리고 기온이 아침이면 영하로 내려간다고 합니다

파주에 계시는 어머님 산소를 대구로 이장을 할까 합니다

누님께서도 동의하셨고 귀연이도 그렇게 하면 좋겠어요라고 했습니다

며칠 전 강진이 보고 시간 날 때마다 알아보고 좋은 곳을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물론 저도 인터넷에 들어가서 알아보고 시간을 두고 물색하는 중입니다

주위에 좋은 곳을 추천해 주는 분이 있었으면 무척 다행일거라 생각합니다

대구는 불교가 심하여 주로 절에 유골을 모시고 스님들이 영혼을 위로하여 준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는 크리스찬이라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두드리면 열린다고 했으니 부지런히 찾아보면 어머니 편안히 계실만한 곳이 나올 것입니다

저와 어머님이 한 도시에 가깝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외로울 때마다 찾아 뵙고 어머님과의 추억을 되뇌이고 어머님의 모습을 가슴에 되새기며 하루를 보내는 그 시간이 저는 무척 행복할 것 같습니다

대구에 없다면 경주쪽이나 경산쪽에서라도 찾아 볼려고 합니다

내년에는 어머님과의 거리가 많아 가까워질 것 같습니다

저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고 많이 기쁩니다

며칠 전에는 귀연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주연이가 논현동에서 식당을 오픈하는데 돈이 부족하여 융통을 해달라는 부탁 전화였습니다

지난주에 영덕군에서 토지보상비로 2천2백만원을 받았습니다

누님에게 이야기 했더니 그런 전화가 왔더군요

오라비가 한국에 와도 전화 한 통 없고

죽도시장에서 문어랑 영덕대게를 보내도 잘 받았다는 인사도 없고

사고가 났나? 왜 연락이 없지 걱정이 되서 전화하면 잘 받았어요 엎드려서 절 받는 식의 관계인데 그런 전화를 받고나니 참 씁쓸했습니다

이돈은 빌려줄 수 없다 우리 육남매의 공금이고 아버지, 어머니에게서 받은 돈이니 개별적으로 네게 줄 수가 없다고 딱 잘라버렸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하루가 지났습니다 

걱정이 되서 잠이 오지가 않습니다 

누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이 코로나에 모든 식당들이 문을 닫고 죽네 사네하는데 식당을 연다는 것이 참으로 걱정스럽다고 제가 말했습니다

지족불욕이요 지지불태라 했는데 이럴 때 조금 쉬어가면 어떤가 그런 대화를 했습니다

왜 아니래? 누님도 귀연이라고 하면 머리가 아파 시집가서 지금까지 돈 이야기만 하니 남편 보기도 이제는 미안하고 송구하여 말을 꺼내기도 힘이 든다고 하였습니다

김서방이 군인연금이 350만원 나오고 지금 방산사업체에서 근무하는데 월급이 500만원 정도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이 돈이면 네 식구가 생활하는데 부족할 것 같지 않은데 식당을 한다고 일을 벌리니 저도 누님도 강진이도 걱정이 많습니다

귀연이는 미달일간이 틀림없습니다 

어머니

삼청동고모부님이 길 가다가 넘어져서 머리를 다쳐서 식물인간이 되어서 병원에 계시는데 숨만 쉬고 의식이 없다고 합니다

86세에 식물인간이 되셨으니 90을 넘겼으면 더 좋았었 텐데 애석하기도 합니다

고모님께 전화하여 안부를 물었습니다

의사님 말로는 더 이상 해 줄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답니다

목소리는 침울하셨고 마음을 단단히 잡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성경에 "너가 곳간에 수천 억의 재물을 쌓아두면 무얼하겠느냐? 오늘 밤 너의 영혼을 하나님이 취하면 아무 소용도 없느니라!" 

그런 말씀이 있었지요

인생의 무상을  바라보는 저의 마음도 허무하기만 합니다

옛날 어느 시골에 친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손자 부부가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맏아들이라 할머니를 모시고 사셨는데 불행이도 아버지가 일찍 타계하여 손자 부부가 모시고 살았습니다

그러니까 사대가 한집에서 산 것입니다

할머니 어머니 손자 부부 그리고 증손자까지   

할머니 이름으로 된 집이 있었고 조그마한 건물이 한 채 있었고 논밭이 조금 있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손자 부부의 지극한 효도를 받고 노후에 편안하게 사시다가 타계하셨고 집과 논밭 몇뙈기를 손자 부부에게 물려주었습니다

장례가 끝나고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손자부부 잎으로 법원에 출두하라는 고지서거 왔습니다

서울에서 갑부로 사는 삼촌이 상속 받은 전 재산을 돌려달라는 고발장이었습니다

삼촌은 서울대학교를 나온 수재였고 인맥도 화려했습니다

판사는 결국 삼촌 손을 들어주었고 손자부부는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전 재산을 빼았겼습니다

법은 이현령 비현령이지요

할머니께서는 살아생전 둘째아들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채 사셨는데 친자식처럼 함께 살던 손자의 거지꼴을 보고 하늘나라에서 통곡을 했을 것입니다

손자 부부의 모친도 쇼크를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돌아가셨고 손자 부부는 고향을 떠나서 어디서 무얼하면 사는지 그 뒤로는 아무도 모릅니다

악의 창칼이 선의 방패를 뚫고 피를 뿌린 참 슬픈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이방원이 어린 방석을 죽이고 그 피를 애비 앞에 뿌린 역사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익 앞에서는 사람은 금수와 같은 소리를 내지르지요

 

어머니

탐욕과 게걸과 주접으로 일생을 수미통관한 한 축생이 세상의 모든 재물을 양손에 쥔 채 동서고금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생애를 저는 어느 영화에서 보았습니다

된장국에 근대국에 고등어 반 마리 굽고 살아왔던 어머님과 저의 삶과 비교해 보니 아깝기도 하고 애석하기도 하고 전주 비빕밥 한 그릇 비벼서 먹여주지 못하는 이 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어제는 미주구리 회 한 접시에 뜨거운 밥을 넣고 쓱쓱 비벼서 먹었습니다

국은 매생이 굴국을 하였습니다

매운 것을 먹다가 후후 불며 매생이국을 먹으니 따끈하고 구수하여 그 향이 무척 좋았습니다

어머니께 효도를 극진이 한 장질조카

내가 하지 못했던 효도를 내 어머니께 진심을 다한 조카부부

내 돈을 더 얹져서 주었어도 부족할만한 선행의 조카부부

조상님들의 제사를 20년 가까이 지내고도 항상 웃으며 삼촌을 잘 따르고 온순했던 조카

그를 거지로 만들고 어머니를 모시던 형수를 죽게 하고 그 뒤 얼마를 더 축재하여 행복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인생에서 목숨의 영원불멸은 없는 것입니다

어머니

우리는 그렇게 살지 않았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살지 않을 것입니다

이달 15일이면 서울가서 지원이랑 형제들이 상견례를 하기로 예약이 되어 있습니다

강진이도 간다고 하니 제가 무척 기쁨니다

설 전에 어머니 산소를 옮길 것이니 어머니 조금도 걱정마시고 편히 계십시오

이 세상의 모든 삼라만상은 그 끝이 있습니다

불란스속담에도 사람은 자기가 깐 자리에 눕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거지 나사로의 손가락 끝을 적신 물 한 방울이 생각나는 밤입니다

어머니

안녕히 계셔요        

소자 아직은 강건하고 사리분별과 신언서판이 완벽합니다 

하니 제에 대한 걱정은 조금도 하지 마시기 바람니다

저는 의가 아니면 돌아보지도 않고 가지를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