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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곡(348)
어머니 지난 수요일 저는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잠을 통 이루지 못하고 서성이다 기도를 하였습니다 대구 근교 성주의 우성공원묘원에 계약을 했고 수요일 어머님을 모시고 오후 3시에 오겠다고 했기에 강진이에게 일찍 일어나라고 인폼을 주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통 잠을 이루지 못하고 거의 뜬눈으로 지새다가 6시가 되자마자 출발하여 파주에 10시에 도착하였습니다 막내 연하에게 미리가서 계약을 해지하라고 했기에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성주에 도착할 때가 오후 3시 30분쯤 되었습니다 미리 준비된 자리에 어머니를 모시었고 그 곳은 남향으로 양지 바른 좋은 길지이기에 저는 마음 속으로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씻고 12시가 넘어서 금식을 끝내고 삶은 계란 하나와 우유 한 잔을 마시고 고지혈증 약과 당뇨약을 먹고 머리가 너무 아파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목요일 하루가 지났습니다 어머니께서 이제 제 곁에 있다고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하고 언제든지 제가 어머니 보고싶을 때마다 찾아뵐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하고 무슨 일을 하여도 두려움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우성공원묘원은 낙동강을 끼고 성주산을 배경으로 하여 장관이 우수하며 저의 집에서 40분 거리에 있습니다 몸은 피곤하였지만 마음은 편안하였고 어머니 자리 곁에 제가 묻힐 자리도 함께 샀습니다 비석도 왼편엔 어머니 이름과 저의 이름과 형제들 이름을 쓰도록 했고 오른편은 비워두었습니다 강진에게 유언을 말했습니다 "내가 죽고난 뒤에 유골을 잘 보관하여 어머니 겉에 묻어두도록 하여라 내 이름 밑에는 아들과 띨의 이름을 쓰데 며느리나 사위의 이름은 쓰지 말도록 하여라" 어머니 이름 밑에 저와 강진 그리고 누나와 4남매 이름만 썼고 사위나 며느리 이름은 뺏습니다 불효한 자의 이름들은 후대에 모범이 되지 않습니다 원숭이들의 이름을 성스러운 어머님 함자 밑에 두고 싶지가 않습니다 해서 저는 그렇게 했고 또한 저의 이름 밑에도 두지 않기를 원함니다 이제야 모든 일이 제자리로 돌아 온 듯했고 어머님을 내 품에 모시고 있는 듯하여 늘 근심이었던 괴로움 하나가 해결된 듯하여 기쁨을 말로 표현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어머니 오랫만에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오늘은 금요일 일어나니 새벽 5시 창밖을 보니 자동차 몇 대가 급한 볼일을 보러가는둥 힘차게 질주하고 어둠에서 불 밝히는 네온이 찬란하기도 합니다 서부정류장을 끼고 난 8차선 대로는 남대구 IC를 연결하기에 늘 이 도로는 차들의 행렬로 쉴 틈이 없습니다 앞산에서 대명동을 토해내고 우뚝 선 산자락은 본리동과 두류동의 가지를 잇고 달서구의 모산으로 이름이 나 있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그 유명한 성서공업단지가 있구요 계명대학을 뒤로 하면 바로 낙동강이 나오고 그 다리를 건너면 성주입니다 어머니께서 잠들어 계시는 그 곳과 제가 머무는 이 곳은 指呼之間이요 一牛鳴地의 거리입니다 어머소가 음메하고 부르면 동부레기가 음메하며 뛰어올 그런 거리입니다 사실이 이러하니 제가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이젠 미국을 갈 때에도 그 먼 파주에 가서 어머니께 인사하는 수고로움이 없고 한국으로 온 뒤에도 어머니께 인사하러 그 먼 거리를 다니지 않아도 되기에 수시로 볼 수 있는 간편함이 저를 무척 기쁘게 합니다 게다가 설이며 추석이며 한식이며 청명이며 시제까지 마음대로 다닐 수 있으니까 마치 한 집에서 사는 듯하여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지난 13년 동안 가고 싶을 때마다 가지 못한 아픔을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제가 보고싶을 때마다 언제든지 좀 오너라 하실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저는 득남했을 때보다 어머니 가까이 모실 수 있는 것이 더 기쁨니다 바울이 다비가 들었으면 기분이 좀 나쁘겠지만 제 마음이 그러합니다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사나이에게는 하나가 있습니다 제가 가진 그 어떤 것도 모두 포기 할 수가 있습니다 그 것은 재산과 자녀들 뿐만이 아니라 제 목숨까지도 포함되는 순열입니다 하나님께서 욥에게 시험을 하셨듯이 저에게 시험을 하신다고 해도 저의 이 마음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살만큼 살았으니 남은 시간이 얼마가 될 것이며 하나님 보시기에 바르고 의롭게 살았으니 제게 악을 행치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어 두렵지가 않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그 어떤 경우든 하나님의 말씀을 쫓는 의로운 사람으로 자리매김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손해 볼 일이 없는데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여명이 밝았습니다 어제는 강진에게 병어회무침을 해 주었더니 잘 먹더군요 오늘 아침은 민어간국을 하고 있습니다 자연산 민어를 구했기에 무를 넣고 두부를 넣고 지금 끓이고 있습니다 금요일 7시 30분 입니다 8시 30분에 출근을 하는 동생이라 아침은 주로 빵을 먹고 출근하지만 제가 기분이 좋은 날은 따로국도 끓여주고 추어탕도 직접 추어를 사와서 제가 끓여줍니다 고산이 어부사시사에서 말한대로 추국에 가을이 드니 어찌 고기마다 기름지지 않겠습니까? 해서 좀 수고스헙지만 어머니 살아계셨다면 이 동생에게 더 잘 했을 텐데 생각하며 제가 열심히 섬기고 있습니다 민어는 부레가 일품인데 상인들이 부레는 따로 식당등에 팔고 하여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옛날에는 통닭을 사면 그 속에 근위랑 간을 넣어주었는데 요즘은 닭발까지 따로 팝니다 하니 달발을 따로 사야하고 근위를 따로 사야합니다 부수입으로 수입을 계산하는 세상에 살다보니 고기보다는 내장이 비싼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의 생명은 고귀한데 사람의 값은 별로 가치가 없습니다 어저깨 신문에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는 13살 먹은 신부감 여자를 파는데 한국돈 20만원인가 30만원 정도에 판다고 사진이 나왔습니다 그런 나라에 태어나지 않았고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난 저는 정말 해운아요 귀한 사람입니다 어찌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어찌 어머니께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은혜와 사랑을 아는 것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매일반일 것입니다 그런데 짐승보다 못난 사람은 감정으로 돈으로 형이하학적인 이익으로 은혜를 원수로 만들고 잡히지 않으면 죄가 되지 않는줄로 압니다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어머니 이제 강진이 밥 차려줄 시간입니다 간국은 잘 되었고 밥도 잘 지어졌습니다 차려주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저도 잠시 쉬겠습니다 그리고 오후엔 어머니께 갑니다 오늘 비석의 각자가 완성되어 확인하러 가야 합니다 돌아오는 길엔 강창에 들러서 낙동강 줄기를 바라보며 시 한 편을 쓰고 오겠습니다 수 천 년 역사에 많은 사람이 태어나고 죽고 이름을 남겼지만 저같은 불우한 사람도 시 한 편을 쓸 수 있는 그런 공간과 시간이 가질 수 있어서 저는 그런 내 마음의 여유가 너무 좋습니다 어머니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지만 남은 시간동안 어둠을 밝히는 촛불이 되어 어머니의 영혼을 밝히겠습니다 강진이가 북적북적 밥 먹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제야 민어맛을 아는지 아주 맛나게 벅고 있군요 송어와 농어 그리고 민어 남쪽지방의 삼대맛이라고 하며 소동파도 시로 그 맛을 남겼습니다 어머니 안녕히 계셔요 또 좋은 일들이 있다면 어머니께 들리고 어머니 듣기에 즐겁고 좋은 이야기들로 이 지면을 채우겠습니다 늘 편강하세요 오후에 어머니 뵐 것입니다 불효자 진은 언제나 어머니 편입니다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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