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안녕하셨어요?

요즈음 날씨가 너무 추워서 걱정이 많습니다

다행이 멀리 파주에 계시지 않고 대구 근교 성주에 오셔서 저는 마음이 무척 가볍습니다

마치 저의 품에 있는듯 따뜻함이 저의 마음속에서 생성되어 저를 더욱 평온하게 합니다

어제는 서울이 영하 11도라고 했고 철원이 영하 16도라고 뉴스에 나오더군요

대구는 영하 6도였고 낮 기온은 5도였습니다

이러하니 날씨가 춥다고 하여도 저는 어머니께서 이제 남쪽으로 오셔서 따뜻하게 지내실 수 있게 되어 무엇보다도 기쁘고 행복하기도 합니다

어머니 모시고 온 날

새벽 세사에 일어나 파주로 떠날려고 준비하던 그 때

빈 속에 커피를 한 잔 하였는데 커피가 너무 독하였는지 속이 무척 쓰렸습니다

제 생각엔 금식을 시작하니 식욕을 억제하기 위해서 커피를 좀 진하게 탔습니다

그 것이 좀 안좋았는지 그 다음 날부터 헛배가 부르기 시작하더니 위가 쓰리고 아파 이틀을 고생하다가 병원엘 갔더니 위가 많이 상했다고 약을 일주일치 주는데 먹어도 효과가 없는지 요즘도 배가 아픕니다

의사님 말로는 위내시경을 해봐야겠다고 합니다

그전부터 위가 많이 상해있었다고 합니다

아마 그런 상태에서 진한 커피가 들어가니 아픈 부문을 상하게 하여 통증이 심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 됩니다

열심히 약을 먹고 잘 견디기로 했는데 계속 아프면 위장내과 전문의에게 가 봐야할 것 같습니다

배가 아프면 신경이 전부 그 곳으로 가서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

다음 주는 설날입니다

벌써 설이라고 가까운 곳에서 배 한 상자가 도착했고

오늘은 자색 고구마 한 박스가 도달했습니다

거래처에서는 한우 한 상자를 보내주겠다고 연락이 왔는데 내게 보내지말고 안 영기님에게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어머니 계실 때 구리의 양평해장국집에서 용인으로 가끔 저의 심부름을 했던 안이사님입니다

간암치료를 한다고 하는데 단백질이 많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안 이사님이 방사선치료를 받는다고 하는데 제가 해 드려야 할 일이 없습니다

마음이 무척 아프고 동정이 갑니다

설날 아이들과 고깃국이라도 배불리 드실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습니다

저도 어머니 생존해 계셨다면 설날이라 마음이 무척 흥겹고 즐겨웠겠지요?

과일 하나에도 계절이 바뀌는 것이 눈에 보이니 삶의 무상이 발 앞에 펼쳐집니다

어머니

몸이 아프니 어머니 생각이 자주 납니다

겨울의 밤은 길고 도회의 불빛은 길게 그림자 드리우고 

내 몸에 부서지는 고독의 진한 애수도 소한 대한을 넘어갈수록 진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이제 어머니께서 가까이 있으니 소자 마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가 있어 저는 그 것이 너무 좋습니다

돌아가시기 한 달 전 저랑 점심을 드시면서 아무 말 없이 저를 보시다가

"내가 죽고 나면 너가 많이 울게다" 하셨지요

참 이상한 말씀을 하시네

생각 없이 혼자 계면쩍어서 밥을 먹는둥 하였지요 

정말 한 달 뒤에 세상을 등지시고 저는 그렇게 예언대로 십 년을 울었습니다

우금 십 년! 

단백질 한 점 입에 넣지 않았고 고기 한 점 입에 넣지 않고 머리는 빠지고 피부는 거칠어지고 산다는 것이 살아있음이 아니었지만 저는 그 사랑을 잊지 못하여 참고 참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내 품에 어머니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어머니

정말 고맙습니다.

다음 주 설날에는 약주 한 병을 들고 어머니께 갈 것입니다

어머니 좋아하시는 고등어 전과 고사리 나물과 취나물도 갖고 갈 것입니다

그기에 덧붙여 어머니게서 평생을 즐겨 드셨던 물가자미식해를 이쁘게 담아 갖고 갈 것입니다

하늘 아래 효가 은혜의 그림자라고 하더니 율곡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너희가 목숨을 주었어데 사랑이 없었다면 그 목숨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입니다

어머니 

안녕히 계십시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