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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350)
어머니 지난 화요일은 설이었습니다 저는 어머니께 드릴 제례음식을 준비하였고 몸도 마음도 깨끗하게 하여 설을 맞이하였습니다 설날은 날씨가 무척 추웠습니다 종일 집에서 서성이며 지난 시간을 반추하며 보냈습니다 안 영기이사에게는 한우 좋은 걸로 한 세트 보내주었고 이장희 선생님에게는 배를 한 상자 설 선물로 보내주었습니다 안 이사는 간암이 재발하여 방사선 치료를 받는데 단백질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고 하여 그렇게 하였고 이 장희 선생님은 연세가 올 해 93세입니다 부축하여야 걸음도 겨우 뗀다고 하여 시원한 배 한 상자를 보내드렸습니다 오후에는 귀연이에게서 콜이 왔더군요 구정을 잘 쉬라는 당부의 인사전화였습니다 오랫만에 김 서방하고도 통화를 하였고 주연이하고도 통화를 하였습니다 주연이가 문을 연 논현동 쭈꾸미 전문식당은 장사가 잘 된다고 했습니다 다행한 일이라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주연이가 "외삼촌 언제 서울오세요 디게 보고 샆습니다"고 하더군요 "그래 한 번 다녀가마" 하였습니다 어머니 다비가 지난 주에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였다고 합니다 이번에 분양 받는 콘도를 은행 융자와 곁들여서 샀는데 은행측에서 지원이와 결혼한 결혼서류를 갖고와야지 융자가 승인된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결혼식은 9월 달에 하기로 했는데 혼인신고는 먼저해야 하는 일이 생겨서 아마 그렇게 했나 봅니다 둘이 한복을 입고가서 목사님 앞에 사진을 찍고 팔을 잡고 하트 모양을 한 사진을 저에게 보내주었습니다 얼마나 이쁘고 친숙성이 있는지 어머니께서 보셨다면 박수를 보내주었을 것 같습니다 한복은 어디서 구했는지 아마 결혼주선가게에서 빌려서 입은 것인지 물어보지는 못했고 아무튼 혼인신고를 하였으니 잘 살고 복스럽게 살아라하고 덕담을 보내주었습니다 다비는 "아빠 잘 살게요~~"하고 문자가 왔습니다 낳은지 어제 같았는데 벌써 장가를 가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어머니 엊그제는 성난이 꿈을 꾸었습니다 항상 명랑하고 즐겁게 사는 줄 알았는데 얼굴에 수심이 있어 보였습니다 민하가 바울이 하고 동갑인데 내년이면 40살이 되는군요 아직 장가를 가지 못하고 직장생활을 하나 본데 아마 애미가 되어 아들 장가를 보내지 못해서 그런가 혼자 일어나서 한참을 생각하다가 다시 자리에 누었습니다 성난이 시집을 볼리비아에서 보내고 40년이 지난 지금 단 한 번도 누이동생 꿍을 꾼적이 없었는데 막상 꾸고 나니 너무 의미심장하여 이번에 엘에이에 가면 한 번 만나볼까 합니다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지난 추석에는 어머니 상에 올릴 떡이라고 하며 떡 한 판을 보내왔길레 기특하구나 생각하였었지요 무슨 일이 있는지 무척 궁금하기도 합니다 저는 지난 주에 금식을 하고 나서부터인지 위 점막에 이상이 생긴 건지 음식을 먹기도 전에 배가 쓰리고 아파서 병원에 가서 약을 조제하고 먹어도 보았는데 차도가 없습니다 가스가 차고 헛배가 불러서 음식도 겨우 먹습니다 티비를 보니까 금은화가 위 점막에 좋다고 의사들이 그렇게 설명을 하더군요 해서 쿠팡에서 좋아보이는 것으로 사서 먹어볼려고 주문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말로는 겨우살이 풀이라고 합니다 차로도 파는데 위 점막에도 좋고 소화기에도 좋다고 하니 폐기종이 있는 저에겐 약효가 있지않을까 한가닥 희망을 걸어보며 기도하는 중입니다 좋은 효과가 일어나면 차로 우려서라도 오래 복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위가 아프니 음식을 먹을 수도 없고 먹어도 소화가 아니되니 많이 힘이 드는군요 머리도 자주 아프고 많이 어지럽습니다 오늘은 속에서 떠거운 열이 차올라서 동치미 국물에 국수를 조금 말아서 먹었더니 속이 시원하여 먹기에 좋았지만 소화를 하기가 힘이 드는군요 오후엔 종일 누워서 올림픽 하는 티비를 조금 보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어머니 어제가 입춘이었습니다 그 무섭던 소한 대한도 어느덧 지나고 입춘이 왔지만 맹추위가 서울서부터 남국에까지 퍼져서 이곳 또한 영하 5도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추위에 약한 저는 종일 집에 있습니다 홍섭이랑 통화를 조금 하다가 배가 살살 아파서 다시 침대에 가서 누웠습니다 나이가 들면 위 점막이 약해지고 위가 얇아진다고 합니다 게다가 위 산성이 약해진 점막에 상처를 내서 해리코박터균이 점점 번창하여 위염으로 전이 되고 위암으로 전이 되어 무서운 병으로 변환된다고 하니 사는 일이 쉬운 것이 없습니다 세상사 설니홍조의 허무 속에서 사라지니 욕망이든 탐욕이든 작은 소망이든 세월의 흔적에 무상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한발 한발 단애의 길을 걷는 듯하니 부운 백년이 무상하기만 합니다 어머니 어머니 계시는 그 곳은 춥지 않으신지요? 그래도 제가 남쪽으로 모시고 와서 저는 그나마 마음을 조금 놓입니다 늘 자다가도 일어나서 어머니 기도를 합니다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를 합니다 어머니 영혼을 보듬어 주시고 어떤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잘 살펴달라고 간곡하게 기도를 아침 저녁으로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의로움을 사랑하시니 틀림없이 저의 기도를 들어주실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간절하게 믿고 의지하며 하나님 말씀 속에서 하루를 열고 하루를 닫습니다 어머니 이제 곧 봄이 옵니다 봄이 오면 철철이 나는 나물을 어머니 상에 올릴 것이며 어머니 좋아하시던 해물도 올릴 것입니다 지난 달부터 해삼을 사서 바람이 살살 부는 베란다에 말리고 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어물전에 가서 해삼을 삽니다 이제 제법 많이 모두어 두었습니다 어머니 좋아하시던 팔보채도 해 드리고 싱싱한 전복과 죽순을 준비하고 청경채도 사서 해삼탕도 해 드릴 것입니다 어머니 강진이 댁이 만든 잡채를 무척 맛나게 드셨지요? 그 잡채는 시장에서 주문하여 어머니께 자기가 만든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어머니께 드린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잡채에 건해삼이 들어갔겠습니까? 제가 제대로 하여 어머니께 올릴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어머니를 생각하며 사는 내 모습이 편안하고 좋습니다 어머니 안녕히 계셔요 불효자 진이 오늘 밤도 어머니 꿈을 그리며 잠들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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