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안녕하셨어요?

요즘 날씨는 개나리가 활짝 피는 봄날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 어머니 13번째 추도식이었습니다

비가 조금 내리고 날씨가 쌀쌀하였지만 어머니께서 파주에 계시다가 처음으로 대구로 내려 온 추도예배라 마음이 설레고 안도감이 조금 있었습니다

하늘가는 길을 찬송하고 주기도문을 낭독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 저녁에 드실 음식을 준비하였습니다

민어도 굽고 병어도 굽고 어머니 좋아하시는 물가자미 두마리 굽고 소머리찰떡도 준비하였습니다

달서시장에 가니 제삿상에 놓을 옛날 통닭을 팔더군요

중치 한마리 사서 상에 올리니 나물이며 과일이며 가자미식해까지 곁들이니 푸짐한 어머니 한 상이 차려졌습니다

강진이랑 절하고 기도하고 강진이가 갖고온 청하 한 잔을 올리니 마음이 너무 슬퍼졌습니다

사진을 찍어 누님에게도 보내고 아틀란타에 있는 경란이에게도 보내고 삼청동 고모님에게도 보냈습니다

고모님께서는 "정성을 다한 모습이 보이는구나" 하고 칭찬헤 주셨습니다

그리곤 마즈막에 "참으로 고맙다..."하셨습니다

자식이 어머니의 기일에 음식을 준비하는 일은 당연한 일인데 고모님께서 고맙다고 하셔서 참 기이하게 느껴졌습니다

인지상정과 오륜이 무너진 시대에 살고있음을 절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머니

어제 어깨가 많이 아프고 뒷머리에 감각이 자꾸 둔해져서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더니 조금 나아지는 듯했는데 한의사 말씀은 뒷머리에 있는 신경이 거의 죽어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일찍 치료를 했으면 경과가 좋아질 수도 있었지만 이런 무감각현상이 5년 정도 되어서 이제는 완치는 불가하고 5%정도 나아지면 그때 약을 쓸 수 있다고 히였습니다

지금은 약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니 꾸준히 침을 맞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합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침을 많이 맞았고 뜸도 많이 떠서 점심 먹고 누웠는데 신경을 건든 탓인지 정신을 잃고 잤습니다

팔은 조금 나아지는 듯하지만 어쩌다가 뒷머리가 감각이 없을 때에는 마음이 많이 불편하여 기도를 합니다

부정맥도 심한데 뇌까지 감각이 떨어지면 아픈 마음에 상처가 더하여 쓸쓸하기만 합니다

자연은 천류불식이라 그 흐름에 인생은 덧없기만 합니다

짧기만 한 유한의 생이라 허전하기는 고금동서 매일반일 것입니다

어머니

어제가 춘분이었습니다

청명 곡우가 이제 눈 앞에 다가오고 농부들은 씨앗을 준비하여 봄을 맞을 준비를 하겠지요

이 붐에 어머니께서 생존해 계셨다면 저는 어머니를 모시고 봄나들이를 하였겠지요

춘분날 강원도에 눈이 얼마나 내렸는지 무려 대청봉에는 80cm의 눈이 내렸다고 합니다

눈꽃이 활짝 핀 사진을 저녁 뉴스에서 보여주었는데 설경이 장관이었습니다

원래 어릴 때부터 눈을 좋아하는 저이지만 이번 봄의 눈은 정말 춘설이라 마음에 깊이 와 닿았습니다

이제 남은 인생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이런 설국의 축제는 몇 번 더 볼 수 있을까요?

강원도로 어머니 모시고 여행을 하는 꿈을 꿈니다

맛나는 청국장도 사 드리고 

산채비빔밥도 사 드리고 

설악산 줄기에서 파는 순두부도 맛나게 드셨지요

그 여행을 어머니가 단둘이 다시 하고 싶습니다

이제 곧 엘에이로 돌아갑니다

다비는 다음 달이면 센프란시스코를 가야한다기에 다비가 가기 전에 제가 집에 도착하여 다비에게 맛나는 음식을 몇 번 해 주고 싶습니다

다비가 잘 먹는 갈비찜도 해 주고 특히 물가자미 구이를 좋아 합니다

간장을 살살 발라서 칼집을 내서 구워주는 물가자미는 어릴 때부터 제가 먹여서 키운 탓에 한국에서 돌아오면 늘 그것을 갖고오는 줄 알고 기대가 클 것입니다

지원이도 다비가 잘 먹으면 따라서 잘 먹겠지요

매운 음식이 아니니까 둘이 잘 먹도록 한 번 해 주고 싶습니다

지난 가을에 송이를 사서 등심구이를 해 주었더니 처음 먹어본다 하더니 둘이서 웃으며 잘 먹더군요

제가 무척 행복했습니다

시베리아산 건해삼을 한 봉지 샀습니다

꽤 묵직합니다 가서 팔보채를 해 주고 해삼과 전복을 안심에 섞어서 해삼탕을 해 줄려고 미리 구해놓았습니다

어머니 계셨으면 더욱 제가 신이 나서 음식을 하였겠지요

맛나는 음식을 할 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돌차간에 자꾸 일어납니다

어머니

이제 편히 쉬세요

저의 집에서 어머니 계시는 곳까지는 40분이면 갑니다

여섯시간이 걸리는 대구와 파주의 거리도 저는 12년을 일 년에 다섯번씩 다녔습니다

어머니 보고 싶을 때에는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이 거리가 정말 제 마음에 듭니다

왔다가는 이 길이 눈에 선합니다

낙동강을 건너서 다닙니다

현인이 노래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진군한다 화랑담배 연기속에 잘자라 전우야 그 노래를 중얼 거리며 낙동강을 건넙니다

이 낙동강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렸습니다

한국동란 때  인민군이 낙동강에서 패퇴하여 한국을 점령하지 못하고 물러났고 대구와 부산이 낙동강에서 살아남아 오늘의 대한민국을 건설하였습니다

그속에서 어머님이 계시고 저가 있고 5천만 동포의 자유 민주가 있습니다

어머니 이제 편안히 계십시오

제가 살아있는 한 어머니께서는 평강하실 것입니다

설령 제가 죽는다고 해도 어머니께서는 평강하실 것입니다

늘 함깨할 것입니다

안녕히 계셔요

집에 도착하여 다시 어머니께 들릴 것입니다

어머니

편안히 계십시오.

불효자 진이 어머니께 문안드림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