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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319)
어머니 안녕하셨어요? 요즘 한국은 엄청 춥습니다 지금 시일이 소한과 대한 사이이니 춥기도 하려니와 눈이 많이 왔습니다 이제 사나흘 있으면 대한입니다 삼돌이 추위도 지난 지 두달 이제 맹추위가 기승을 부릴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바깥 출입도 못하고 5인 이상은 식당에서도 받아주지 않습니다 게다가 산행도 날씨가 너무 추워서 엄두도 내지 못하고 모두들 집콕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홈쇼핑을 보고 물건을 사고하니 박스가 부족하여 골판지 업계가 큰돈을 벌었다고 신문에 났습니다 이럴줄 알았다면 전주제지 주식을 조금 사둘 것을 ...속으로 혀를 끌끌 찹니다 저는 며칠 전부터 왼쪽 아랫니가 아파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까 하다가 프로폴리스를 입안에 뿌리면 나을 것 같아서 몇 번 하였는데 조금 좋아지는 것 같다가는 다시 아프고 해서 다음 주에는 병원에 갈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너무 아파서 턱이 우리하게 아파오니 머리까지 아파서 견디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흔히들 충치라고 하는데 신경이 낡아서 아픈 것이겠지요 지금 몸 하나 어디 아프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긴 세월을 살다보니 정상인 것이 비정상이 되는 시간입니다 요즘은 잠을 자다가도 꼭 한두 번씩 깨어서 일어나서 멍하니 있다가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잠을 청합니다 운이 좋아서 바로 잘 수 있으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지만 혹여 잠이 깨서 달아나면 고스란히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날이 더러 있어서 그런 밤은 왜 그렇게 밤이 긴지 어둠 속에서 혼자 깨어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힘이 듭니다 어머니께서 살아계셨다면 이런 밤이면 일어나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영덕 이야기 강구 이야기하면서 구수한 옛날 이야기를 하면서 새벽을 받고 시장기가 돌면 어머니께서 묵은 김치를 넣고 또 고니나 명태알을 넣고 생미역도 조금 넣고 남은 밥을 넣고 푹 우려서 밥국을 끓여서 제게 대접하곤 하였지요 명태대가리를 다시마와 함께 우려낸 육수는 정말 깔끔하고 깨반하였습니다 개미가 정말 훌륭하였지요 며칠 전 눈이 많이 오는 날 어머니 생각이 깊고 깊어서 어머님 방식대로 대가리를 푹 우려서 그 국물로 밥국을 끓였는데 다행이 묵은 김치가 맛이 있더군요 고니는 없어서 북어포를 넣고 끓였습니다 소면을 조금 넣었어요 어머니께서 늘 말씀하셨지요 "애비야 나는 반찬 중에서 김치가 제일 맛이 있다" 정말 잘 담군 김치는 천하일미입니다 고냉지 배추의 사각거림의 식감을 경쟁할 반찬이 없지요 저도 요즘은 김장김치의 맛에 흠뻑 빠져서 김치 하나와 김 몇장으로 점심을 맛나게 먹곤 합니다 물론 조기 한 마리나 갈치 한 토막은 감초처럼 꼭 곁에 두긴 하지만 그래도 김치가 맛납니다 어머니 내일은 일요일이라 강진이도 노는 날이고 해서 주동 산소에 다녀올까 합니다 지난 추석 때 코로나가 심하여 산소에 가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곧 출국예정이라 더 미루면 조부모님들께서 노하실지 몰라서 조금 힘들긴 하지만 다녀올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죽도시장에 들러서 삼청동 고모님께 피문어를 한 마리 좋은 걸로 사서 택배로 보내드렸으면 합니다 게다가 지난 번에는 누님께 박달게를 선물하였는데 이번이는 막내 귀연이에게 박달게 몇 마리와 물가자미와 소라등을 쪄서 보내줄까 합니다 고모님이 지난 번에 박달게를 보내드렸더니 고맙다고 50만원을 강진이 계좌에 보내왔더군요 아마 제 계좌로 보내면 제가 받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하신 것 같았습니다 일제시대 때 교육을 받으신 분이라 저희들에게 대하는 예의가 깍듯합니다 옛날 처숙모님 댁에서 제가 머물 때 대구고모님께 선물하는 것을 보고 "원 세상에 고모에게 이렇게 하는 조카를 처음 보네"하시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합니다 고모는 아버지의 골육이요 피를 나눈 자매분들이니 당연히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 아바지를 기쁘게 해드리는 일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어머니도 아시지요? 20년 전 대구 고모님과 뉴욕 고모님이 볼리비아로 여행왔을 때 제가 삼마이파타로 잉카관광지로 여행을 시켜드리고 돌아가실 때 잉카 문양이 새겨져 있는 18k 팔찌와 이태리 목걸이 그리고 한국 왕복비행기표값에 용돈까지 해서 보내드린 것 처남이 보고 놀라서 " 자형이 이런 사람인줄을 정말 ..놀랐습니다"고 보배애미에게 말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때 머머니께서도 볼리비아에 저랑 함께 살고있었을 때였지요 늘 나가서 저녁이면 제일 좋은 식당에서 맛나는 음식을 사드렸고 정말 기분 좋게 해 드릴려고 애를 많이 썼습니다 몇 천만원을 썼어도 제가 기분이 좋았는데 이까짓 몇 십만 원하는 영덕대게에 문어를 어찌 비교할 수 있을까요? 그런대도 고모님이 5십만 원을 강진이 계좌로 보내왔으니 제가 쓸 수 있는 돈이 아니지요 해서 다시 좋은 물건을 직접 가서 선별하여 고모님께 보내드리고 이번에는 귀연이에게도 보내드려서 오라비로서 그동안 제대로 동생을 보살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덜어낼까 합니다 이런 저의 모습을 어머니께서 보시면 얼마나 기쁘하실까요? 그런 마음으로 어머니께 효도 다 하지 못한 죄를 조금은 갚고 싶습니다 그 것 이외는 저는 별다른 다른 뜻이 없습니다 어머니 천하를 다 손에 쥐고 흔들어도 불행한 사람을 제가 보았고 18평 조그마한 아파트에서 월세로 사는 사람에게서 인생의 행복꽃을 제가 보았습니다 알랙산더대왕이 디어니게스에게 가서 "저를 가르쳐주십시오 저랑 궁궐에 같이 가세요"했을 때 햇볕 가리지말고 저리 비켜달라고 한 노 철학자의 그 모습에서 저는 배우는 바가 많습니다 제가 대학 1학년일 때 디게 수더분한 여핵생이 내 옆자리에 있었습니다 교수님 말씀도 귀에 안들어오고 따분하여 그 여학생에게 "부귀영화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손가락으로 위를 가르키며 "뜬구름이지요" 하더군요 옷도 차림차림이 무척 엔틱하고 공부를 많이 한 이지적인 청순한 학생 같았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한 5년 흘렀나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을 하고 우연히 버스를 타고 대구 어디를 가는데 갑자기 내 옆에서 키득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가 웃나하고 깔깔얼굴을 보는 순간 동작그만이 되었습니다 그 학생은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아마 선생님이 되었을 거에요 사범대학생인 것 같았어요 검은 색 정장을 하고 부ㅡ라우스가 무척 희다는 생각 머리가 길게 어깨까지 내려왔다는 기억 뿐 계속 나를 보고 웃더니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더군요 참 부끄럽기도 하고 게면쩍기도 하고 비웃는 건지 깔보는 건지 아님 만나서 반갑다는 것인지 우연 상봉이 자기도 예측치 못한 일이라 기가 막히다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옛말에 유연천리재래회 무연대면불상봉이란 말이 있습니다 왜 쓸데없는 말을 정결한 분에게 하여 웃음거리가 되었는가! 계속 귓가에서 질책이 나를 아프게하여 근 한달을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참 힘든 때가 있었습니다 정말 다시 만나면 사과라도 하고 싶고 용서를 받고 싶은데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다시 한 번 더 만나는 일이 없었습니다 욕심이 자라면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으리라고 한 성경말씀이 내 곁에 있습니다 해서 저는 내가 손에 쥐는 것보다 누구에게 무엇을 해 주었을 때 갖는 기쁨이 더 큽니다 선한 사마리안이 내 이웃이듯이 내 형제 내 이웃에게 기쁨을 나눌 때가 좋습니다 어머니 지금은 무척 어려울 때 입니다 코로나로 많은 분들이 아프고 다치고 죽고 사라지고 합니다 심지어 산디에고에 있는 일식 레스토랑 노조미 식당의 내외분도 코로나에 걸려서 지금 무척 곤혹을 치르고 있나 봅니다 저의 회사의 파트너회사 사장도 코로나19에 걸려서 몇 달 전에 사망했다고 합니다 너무 가슴 아픕니다 저는 건재하지만 언제 무슨 일이 있을련지 아무도 모릅니다 엘에이 시민 3명중 한 명이 지금 코로나에 걸렸다고 어제 신문에 났습니다 미국이 지금 너무 심각합니다 사람들이 물질에만 너무 집착하여 생의 욕망을 잠재우지 못하여 밤새 술에 취하고 춤에 취하고 멋에 취하여 외양의 세계에 빠져 마음의 세계를 외면합니다 바람처람 살다가 바람처럼 떠나는 빈 마음 풍랑이 일고 풍랑이 멎고 파랑승풍도 한 세월이 바람이겠지요 제가 살아온 한 줄기 외길에 뜬구름 같았던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디어게네스를 무척 닮은 아니 어머님를 무척 닮은 뜬구름의 작은 그림자가 있었지요 누가 그러더군요 시인은 부지런히 바가지로 물을 퍼내는 일을 죽을 때까지 하는 직업이라고 나의 옥정수가 마르지 않았으면 합니다 어머니 안녕히 계셔요 이승이든 저승이든 전생이든 후생이든 제겐 어머님이 제일 가치 높은 반짝이는 한 점입니다 지금도 뜬구름을 타시고 저를 만나러 매일밤 오시니 그 먼길이 어찌 수고스럽지 않겠습니까? 글 한자 한자에 혼을 싣습니다 추운 겨울 어머니 삼가 편안하시길 소망합니다 늘 기도하는 제 마음을 어머니께서는 아실 것이옵니다 이른바 오매불망이라고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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