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고마운 사랑의 모습이 깊은 겨울의 밤을 아련하게 합니다

오늘은 밤도 깊고 쓸쓸하기도 해서 어머님이 그리워서 어머니 창을 열었습니다
언제나 보고 싶은 어머님이기에 이 창을 열면 너무 좋고 행복합니다
어머니랑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다는 느낌을 지닐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어머니
제가 좋아하는 친구가 엘에이에 있는데 한 달 전에 열병이 나서 병원에 일주일을 입원하고
퇴원하고도 한 달을 주사 맞으며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제는 많이 열도 내리고 완치단계인데 의사도 병명을 모른다고 합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코로나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주위에 많아서 코로나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코로나는 아닌 것 같아 여간 다행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머니께서는 평생 병으로 저를 힘들게 하신 적은 없었지요
자다가 조용히 하나님 품에 가고 싶다고 늘 그렇게 기도하신다고 했으니까요
참으로 기도란 기적의 지름길입니다
어머니께서는 그렇게 기도를 따라 하나님의 품에 가셨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한 평생을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밤은 너무 외롭고 쓸쓸하여 맥주 한 잔을 합니다
안주는 농심 신라면 컵라면 국물입니다
건더기보다 매운 국물이 속이 시원하고 추울 때에는 맥주 안주에 좋습니다

어제는 산디아고에서 한 사장이 사시미를 잔뜩 사들고 저희 집에 왔습니다
스시를 몇 점 먹고 연어 몇 점을 먹었습니다
뒷채에 와서 사업 이야기를 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배웅을 했습니다
전에 저보고 회장님 저는 회장님의 껌입니다
평생을 살면서 이렇게 좋고 좋은 분을 처음 보았습니다
처음입니다
그렇게 말하더군요
좀 민망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의 모습과 내게 대하는 태도가 정말 저를 존경하고 공경하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 민망하여 앞으로는 나를 형님이라고 불러다오 했더니 손사레를 치더군요
잘 해 준 것 하나 없고 사업을 하다 어려우면 조언을 조금 해 주었습니다
못된 사람들이 사업체를 괴롭히고 많이 힘들게 하나봅니다
그때마다 제가 잘 처리해 주었고 이따금 돈도 급하면 큰돈은 아니기에 빌려 주었습니다
아마 그게 그렇게 고마웠나 봅니다
비싼 성게알을 한 통이나 크게 갖고 왔습니다
제가 좋아한다고 하니 그렇게 비싸도 싼 것처럼 하며 저를 줍니다
모른 척하며 받아 먹습니다

어머니
세상에는 은혜를 알고 감사함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나 때문에 먹고 산다고 하던 사람도 

하나님이 보내 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던 사람도 모두 내 곁을 떠났습니다

60년을 함께 한 벗도 기대보다 해준게 없다고 한 순간에 돌아서서 타인으로 멀리 떠났습니다

제 할아버지 산소에 가서 함께 절을 한 사람이었지요

그 사람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제 고향 가는 일도 성큼 내키지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머니랑 함께 살던 볼리비아 그 시절이 너무 그립습니다
부족해서 행복했던 그 시절
사람은 삶에 뭔가 부족한 듯 살아야 참 행복을 지닐 수 있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람은 넘치면 타락을 하기 쉽습니다
평생을 부족함을 가슴에 안고 사신 어머니
그렇지만 저에게는 언제나 풍부하셨고 풍요하셨고 풍성하셨던
어머니
그래서 외로울 때면
가슴이 답답할 때면
어머님이 생각나고 어머님이 너무 그립습니다

며칠 전 시우 시진이가 뒷채에 와서 문을 두드리며 할아버지 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너무 이뻐서 엉덩이를 톡톡 쳐주며 아이고 내 새끼 하면서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바울네가 앞채에 와서 당분간 있고 저는 방 하나 딸린 뒷채에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뒷채에 홀로 있다는 것을 시우가 아나 봅니다
지 애미가 병원에 간 사이 내게 와서 나를 부릅니다
며느리가 14일이 아니 되었다고 손자들을 못 오게 합니다
얼른 한국서 갖고 온 견과바 하나씩 주었습니다
먹고는 지 애미 모르게
먹은 척도 안하고 시치미를 뚝 땐다고 합니다
많이 컸습니다
대견하기도 하구요
손자들 생각을 하면 자꾸 눈물이 납니다
잘 해주지 못하고 늘 안아주기만 하니까요
음성 확인서를 닷새 전에 받았지만 아직 밥 한 번 먹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고맙다고 생각합니다
범사에 감사함이 넘치니 섭섭한 마음도 안타까운 마음도 이제는 없습니다

어머니
저는 이 번 토요일 다시 한국엘 나갑니다
숨이 차서 이곳에 더 있고 싶지가 않습니다
몸도 다 망가지고 스트래스가 너무 심하여 자꾸 침대를 찾습니다
바울네가 4월쯤 집수리를 다 끝내고 떠나면 그 때 다시 돌아올려고 합니다
전 달문 시인이 타계하고 나니 이곳에서 만나서 함께 할 사람이 없어서 더 외로운 것 같습니다
한국엘 가면 어머니도 계시고 강진이도 있고 귀연이도 있고
포항에 가면 오리도 있고 덕근이도 있으니 조금은 덜 외롭지요
어머니 도착해서 며칠 쉬었다가 어머니께 갈게요
자꾸 눈물이 나고 눈물을 닦고 돌아서서 마음을 졸입니다
인생이 이렇게 허무한 적이 있었던가!
생각하니 만단정회가 내 앙가슴에 와서 녹습니다
이제 저도 한 세월의 정점은 지났나 봅니다
서러운 생각이 이따금 들고 외로운 마음이 이따금 나 자신을 무겁게 합니다

어머니
편안히 계셔요
내 생명의 주 되신 하나님이 어머님을 잘 보살필거라 저는 믿습니다
정말 그렇게 믿습니다
죽음도 한 삶의 연장선이니까요
율법이 아닌 믿음이 저를 구원한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승을 떠나도 어머니를 뵐 수 있다는 믿음에
마음이 편안할 때가 있습니다

사랑해요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