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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325)
어머니 안녕하셨어요? 며칠 전까지만 하여도 아침 날씨가 쌀쌀하였는데 오늘은 날씨가 더위가 온 것 처럼 덥고 반 팔을 입고 거리에 나가도 전혀 춥지가 않고 시원하기까지 하니 대구는 정말 더운 도시인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강진이 북어국을 끓여줄려고 아침에 마켓에 갔다가 날씨가 선선하여 참 좋았습니다 오늘은 수요일이라 쉬는 날입니다 요즘은 일주일에 두 번 쉬는데 수요일과 일요일 이렇게 두 번을 쉽니다 61세에 은퇴하고 지금은 촉탁으로 일하는데 월급은 정규직의 80% 정도 받고 일하지만 다행이 다음 달부터 롯데 다닐 때에 불입해둔 연금이 62세부터 나오는데 백오십만원 정도 나온다고 합니다 나는 이십팔만 원 나오는데 무척 부럽고 든든하기만 합니다 이제 제가 곁에 있지 않아도 든든한 연금이 나오니까 저의 수고로움도 줄어들고 스스로 계획한 바를 이룰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새로 이사한 아파트가 3억에 분양을 했는데 작년 12월에 입주했는데 지금은 4억팔천 정도 나간다고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저는 덩달아 기분이 좋습니다 너무 없으면 남에게 업신여김을 받을 수 있는데 집이라도 한 채 의젓한 것이 있으니 제가 너무 기쁨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직장 후배들이 집구경을 하고 싶다고 해서 집들이를 했습니다 중국집 요리를 시키고 맥주를 부어라 마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나 봅니다 저는 집을 비워주었어요 아무래도 제가 있음 불편할 것 같아서... 어머니 오늘은 일찍 다비한테서 문자가 왔습니다 잘 지내고 있다고 지원이는 뉴저지로 떠났고 혼자 열심히 회사일에 충일하고 있다는 글을 받았습니다 올 해 열심히 하여서 내년에 진급을 하도록 하여라고 덕담을 해 주었습니다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는 눈치입니다 아마 내년에는 팀장으로 승급을 할 것 같습니다 지원이도 이번 9월에는 대학원엘 들어갈 것 같구요 바울은 집수리가 거의 끝나가나 봅니다 이달 말까지는 이사를 갈 것 같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오랜 불경기에 코로나19로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는데 하나 뿐인 동생은 60이 넘어서 조금 여유가 생겨서 좋고 막내는 열심히 해서 좋고 바을은 새집으로 이사를 가서 좋고 보배가 조금 걱정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열심히 살고 행복해 하니까 마음이 조금은 놓이기도 합니다 지난 달 보배네 집을 방문했을 때 5년 전인가 육십만불 주택을 샀는데 지금은 거의 백만불 간다고 "아빠 여기도 많이 올랐어요" 하더군요 보배네 집엘 가면 상해에 있는 아우님 생각이 납니다 아우님이 빨리 동업을 정리해 주고 투자한 돈을 돌려주어서 그 돈으로 보배네 집을 구입할 수 있었지요 보배 친구들은 아직도 월세나 하숙을 하는데 이따금 영화를 찍고 난 뒤에 보배네 집에 모여서 스텝들이랑 연기자들이 모여서 작은 파티를 하나 봐요 그럼 디게 부러워한데요 건평이 30평 정도 밖에 아니되는 조그마한 집인데 아래층에 두칸 차고가 있고 뒷마당이 제법 시원하게 크서 여름이면 주로 밖에서 맥주도 마시고 나무가 있어 그늘이 좋아 즐거워한다고 합니다 요즈음은 이자가 싸서 집구입하기가 옛날보다 훨씬 쉬워졌지만 코로나로 너무 불경기인데다가 직장도 구하기 힘들어서 젊은이들은 영끌을 해서 집을 구입한다고 하니 한국이든 미국이든 부동산은 모든 사람들의 숙제인 것 같습니다 보배에게 식사할 때 기도하고 꼭 상해 이사장님께 감사하다는 기도를 하라고 늘 다짐을 합니다 그리고 자식들에게 크게 성공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은혜와 감사함을 기억하는 사람이 되라고 당조짐을 합니다 배은망덕한 사람으로 살면서 성공한다는 것은 남의 비웃음을 살 일이지요 어머니 한국에는 참 신기한 일들이 많습니다 어머니 젊은 시절 그 때는 일본 제국주의의 군화가 우리나라를 지배하던 시절이었지요 17만 명이라는 우리 젊은 조선의 아가씨들이 잡혀가서 군인들의 성욕의 대상이 되어 청춘이 짓밟히고 목숨이 끊어지고 살아돌아온 사람은 몇 백명에 불과했지요 그 분들이 분연히 일어나 일본 제국주의의 침탈을 고발하고 인권과 인격이 말살된 짐승 같았던 시대를 고발하여 전 국민이 눈물을 흘렀습니다 메스콤에서 일본의 비인권적 야만을 연일 보도하고 전국에서 성금이 밀려 들어오고 큰 회사는 불쌍한 할머니들에게 몇 억씩 희사금을 지불하고 나라가 온통 사무라이에 치를 떨 때 할머니들을 보호해준다는 단체를 만들어서 더러는 미국으로 더러는 유럽으로 다니면서 여성인권의 말살을 노도처럼 고발할 때 그 성금을 착복하여 할머니들에게는 고기 먹고 싶다는 할머니에게는 고기는 커녕 냉정하게 대하고 공금을 유용하고 횡령하여 정신대 할머니들이 일본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그 단체 수장인 여자는 지금 국회의원이 되어 있습니다 정권을 잡은 당은 알면서도 국회의원 직무를 수행케 하고 고소가 들어 온 법원은 일 년이 지났어도 재판은 커녕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가? 세월아~~ 네월아~~ 국민들이 잊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 제가 살아보니 벼룩이 간을 내 먹는 사람들이 많구요 문둥이 콧구멍에 박힌 마늘까지 파 먹는 놈들이 많더군요 시인이라서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정도는 알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분노합니다 해서 제 자식들에게는 늘 감사하여라 오늘의 너희가 있음은 할머니의 길러 준 사랑이 있었고 아버지 어머니의 낳아준 사랑이 있었고 공부하고 훈육하신 선생님들이 있었고 따뜻한 집을 선사하신 삼촌이 있었고 작은 아버지가 있었고 영적으로 성장케 해 주시고 진실된 기도를 끝없이 해 주신 목사님이 있었고 맑은 공기와 맑은 물과 푸른 하늘을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음을 잊지 말거라 그렇게 저는 늘 아이들에게 겸손과 양선과 자비로움을 가르칩니다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의 등을 치며 자기 배를 채우고 거짓말과 위선을 허울로 삼는 그런 사람이 되어서 한 평생을 살면 뭐가 좋을까요? 어머니께서는 저희에게 착하게 살아라 늘 그렇게 말씀하셨지요 견금여석이라고 했으니 견리사의로 남은 생도 살겠습니다 어머니 저는 세상에서 뛰어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남보다 앞 선 사람도 아닙니다 늘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누구에게 뭐를 잘 해 주고 싶은 마음만은 가득한 사람입니다 며칠 전 봉희고모니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이제 백내장이 안구를 다 덮어서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영덕군에서 나이 든 분들에게 일자리를 주는데 앞이 보이지 않아서 일도 못보고 집에만 있다고 합니다 당뇨합병증인데 시골은 병원이 멀어서 이런 일이 생겼나 봅니다 딸이 농협에 다니니까 보험도 될 텐데 의사님에게 자주 가서 병의 상황을 진찰하고 진료를 성실하게 받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요 병원 갈 때마다 돈이 든다고 딸에게 미안해서 말 못하고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다보니까 장님이 되었는데 오히려 딸에게 더욱 큰 짐을 준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미정이가 무척 효녀인데 엄마가 장님이 된다면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 흘릴까요? 어리석음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줍니다 이제 그렇게 후회를 하며 우는데 그 소리를 듣는 내 마음도 찢어지는 듯 아프기만 하네요 봉희 고모님은 나보다 세살이 많은데 남은 시일을 어둠 속에서 어이 사실 것인가 가슴 아픕니다 어머니 이제 봄이 완연합니다 다음달에는 영덕에 복사꽃이 피고 내 고향 나비산 언덕에 그리고 내 조국 모든 산천에 푸른 바다의 밀어들이 밀려 오겠지요 싱그러운 바다의 해조음이 내 귓가에 맴 돕니다 영덕엘 한 번 다녀올까 합니다 보경사를 들러서 부지갱이 나물밥도 한 번 먹고 싶구요 울릉도 명이나물도 많이 먹고 올까 합니다 어머니 계셨다면 어머니 모시고 좋은 여행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저는 늘 혼자라 어디를 가도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무척 허전합니다 노천명 시인보다 5월을 더 좋아하셨던 어머니 저도 어머니를 닮아서 5월이 정말 좋습니다 신록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지요 어머니 다음에 또 들릴게요 봉희고모님 이야기로 어머니 마음을 조금 우울하게 하여서 걱정이 됩니다 다음에는 좀 더 즐거운 이야기로 어머니께 들리겠습니다 강진이가 메기 매운탕을 먹으러 가자고 하네요 달서세무서 옆에 아주 잘하는 메기 매운탕 집이 있어요 할머니가 매운탕에 수제비를 넣어 주는데 듬뿍 넣어주셔요 어머니 계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들 둘이 양 옆에 어머니 팔짱을 끼고 나들이 하는 모습 생각만 하여도 우쭐해 집니다. 어머니 안녕히 계셔요 또 들리겠습니다 무척 보고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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