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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328)
어머니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이제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고 있어 어제부터 저는 반팔 티를 입고 다닙니다 요즘은 미세먼지는 별로 없고 푸른 하늘이 이따금 얼굴을 내밀고 있어 봄날의 정취는 너무 좋습니다 게다가 예전보다 봄비가 조금씩 잊을만하면 내리고 축축히 대지를 적시고 우산을 쓰고 거리를 배회하기는 참 좋은 정경입니다 저는 겁이 나서 식당이나 레스토랑 같은 곳에는 잘 들리지 않고 늘 집에서 식사를 하는 편이지만 비가 내리면 어느 바닷가 길을 드라이빙 하고 싶고 백사장을 거닐고 싶고 하늘과 맞닿은 바다의 넓은 품 속에서 시상을 간직하고 싶은 소망은 자주 일어납니다 오늘 아침에는 깨었다가 머리가 아파 잠시 다시 눈을 붙이는데 꿈을 꾸었나 봄니다 아주 광활하고 거대한 바다가 보였고 그 바다를 가슴으로 안고 푸름의 기를 사정없이 나누어 주는 하늘을 보았습니다 너울바다가 사랑을 품고 내게 밀려오는 꿈을 꾸다가 일어났습니다 하늘과 바다와 나 봄의 길목에서 저는 나즈막하게 어머니 이 바다를 보셔요 어디서 본적이 있지 않았나요? 속삭이듯 어머니 모습을 보았습니다 푸름이 눈이 부시고 싱그러움이 내 안에서 향연을 펼칠 때 저는 이승에서도 적멸을 생각합니다 적멸의 시간이 소금빛이 되어 내 몸을 감싸면 불멸의 순간이 광휘가 되어 나를 끌어당기고 마침내 내 혼은 무법의 경지에서 열반의 바람소리를 듣습니다 오늘도 비를 바라보며 무아의 삶과 물아의 삶을 생각하다 어머니 그리움에 창을 열었습니다 어머니 지난주에 참 신기한 일이 있었습니다 고모님에게 돈을 갚고 그럭저럭 일처리를 해 나갈 때 멀리 떨어져 사는 친구에게서 글이 왔습니다 저의 글을 읽었노라며 힘든 시기에 고생이 많다고 하며 자기가 은행에 마이나스 통장이 있는데 이자가 아주 저렴하다며 필요하면 2천만원을 돌려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없는 돈에 고모님 돈을 갚고 나니 당장 지출이 힘들어 12%의 카드론으로 버티고 있는데 4%정도의 마이너스통장 이야기를 하길레 감사하다며 2천만원을 빌렸습니다 차용증도 필요 없고 그 정도의 돈은 믿음으로 빌려줄 수 있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고향 동무가 살다가 아주 어려움을 당했습니다 너무 어렵게 살기에 제가 집을 한 채 사주었습니다 코로나로 볼리비아 가게를 닫고 하루하루를 기도로 버티어 나갈 때 너무 힘들어서 미안하지만 집을 담보해서 돈을 좀 유용하게 쓸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아파트를 담보로 해서 빌리면 이자가 1.8%입니다 정말 저렴하지요 볼리비아에서는 사채로 24% 이자를 쓰면서 일년을 버티고 있습니다 내게 1.8% 이자면 큰 도움이 되지만 이 동무는 아직도 대답이 없습니다 해서 12%의 카드론인 국민카드를 이용하고 날짜가 돌아오면 삼성카드로, 농협카드로 돌려막기를 하며 빚을 갚고 또 빌리고 하며 코로나가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농협카드는 이자가 14%나 됩니다 아무 도움도 주지 못했던 친구는 2천만원을 빌려서 제 통장에 넣어주었고 아파트를 한 채 사준 동무는 내게 은혜를 입었는데도 너가 누구지 하며 침묵만 내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어머니 누가 나의 이웃이고 선한 사마리안인지요? 오늘도 어제와 같이 하루의 무게만큼 시간이 흘러갑니다 川流不息이라 했으니 그 세월 속에 모든 생명은 시작의 점을 행해 천천히 또는 빠르게 도달점의 여정을 소화하며 달려갑니다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다며 고개를 떨구던 그 동무는 지금 행복할련지요 삶의 질을 바꾸어주었던 사랑도 세월에 무디어지고 요즘 나를 만나면 아이고 형님하고 반가운체하며 언제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는가! 다 잊은체 합니다 형이하학적인 물아일체의 삶이지요 내 고향에는 이런 사람들이 참 많이도 있었습니다 바다는 무척 서정적이기도 하고 서경적이기도 하지만 폭풍이 불면 또한 거칠기도 하여 삶의 한 부문에서 바라다보면 비정서적이며 비이성적인 원숭이들이 파도에 살아남겠다고 칼춤을 추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아버지도 그런 원숭이들의 칼에 맞아 돌아가셨고 저는 가까스로 피하여 지금 살아남았지만 건재하지는 않습니다 정신적으로 붕괴된 카오스 상테입니다 한 때는 나로 인하여 먹고 산다던 사람들도 많았고 그 많은 사람들의 가정과 생활을 책임지며 살아왔던 저가 이제 내 몸 하나 잘 견디지 못하고 친구에게 도움을 받아야하니 마음이 무척 아프고 그날밤 혼자 맥주 한 잔을 하였습니다 "두 달만 쓸게..." "힘들면 이자는 얼마 아니되니 내가 내줄게.." 어제 지미에게서 볼리비아가 재봉쇄 들어갈 것 같다고 이메일이 왔습니다 다시 통행금지가 시작되나 봄니다 어머니 좋은 이야기를 하는데 자꾸 눈물이 나네요 화무십일홍이라 꽃에도 전성기가 있고 물극즉반이라 삼라만상에도 극지점이 있듯이 저의 생에도 화려하고 장려했던 호시절이 있었나 봄니다 그 때가 돈을 많이 벌어 호의호식 했을 때가 아니고 어머니 제 곁에 살아계셔서 밤마다 도란도란 말씀 나누었고 조단조단 가슴속 이야기를 나누며 삶을 함께 할 그 때였습니다 제가 식사하다가 대궁을 남길 때면 "비싼 음식을 남기다니, 음식에 싼 것은 없다"하시며 저를 책망하시던 그때가 참 어제 같습니다 언제나 저에게 온새미로로 모양난 음식을 대접해 주시고 당신은 부러지고 잘라진 채소와 잔반을 드시면서도 저를 향해 늘 미소 지으시며 행복해 하셨던 어머니 차를 한 대 사준 동무는 어리석음와 편견으로 인해서 나와의 인연을 잘라 버리고 집을 한 채 사준 동무는 이기심과 탐욕으로 나와의 인연을 잘라 버리고 십 년 세월 나로 인해 부를 축적했던 지기는 무지와 욕심으로 멀리 달아나 버리고 나는 이렇게 좋은 친구의 도움으로 그 상처를 고뇌하며 오늘을 견딥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으니 어머니 제게도 작은 소망의 열매가 익을 수 있게 작은 계절의 환원을 허락해 주십시오 분별이 부족했고 지혜가 부족했던 지나온 삶 인지상정의 그리움이 오늘따라 빗속에서 희미하게 무념으로 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머니 주말에 어머니께 갈까 합니다 너무 보고 싶으면 마음에 병이 난다고 했으니 내 가슴에 지지 않는 상사화 한 송이 꿈을 꾸듯 바닷가 그 길에 뿌리며 다가가고 싶습니다 그 걸음으로 어머니께 너울너울 다가가겠습니다 어머니 안녕히 계셔요 제가 찾아가면 다소곳 저를 안아주셔요 요즘은 무척 외롭고 허전한 밤이 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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