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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329)
어머니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데 어머니께서는 어이 지내시는지요? 저는 부지런히 산에 다니고 또 시원한 음식도 해 먹고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이나 미국은 코로나 19로 인해서 사람들이 많이 절망하고 사망하지는 않나 봅니다 볼리비아는 다시 봉쇄로 들어가서 6시 이후에는 차도 다니지 못하고 라파스, 산타크루스는 하루 천 명 가까이 양성환자가 발생하여 나라 경제가 붕괴 직전에 있다고 합니다 남미 경제가 살아나야 저의 사업도 살아나는데 남미라는 나라가 너무 낙후되어 있어서 외부 원조가 없으면 발흥하기가 어려운 곳이기에 정말 다른 방법은 없고 하여 열심히 기도할 뿐입니다 어머니 지난주 토요일에 어머니께 들렀었지요 여느 때처럼 저를 반갑게 맞이해 주시고 웃으시면서 저를 바라보며 힘들게 왔구나! 하시는듯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습니다 저는 눈을 감고 기도하고 마음을 조용히 다스렸습니다 그리고 찬송가 '저 높은 곳을 향하여'를 부르고 눈물 지었습니다 어머니 보고 싶은 마음이 이토록 간절한데 아머니께서는 너무 멀리 계시구나 가슴 아팠습니다 돌아오는 길 이제 엘에이를 가면 가을쯤에나 어머니를 뵐 것인가 생각하며 흘러가는 세월이 참으로 유수같구나 생각하다가 목이 잠겼습니다 하루하루는 길고 길지만 십 년 십 년은 이렇게 짧게 다가오고 사라지니 쌓인 세월의 연륜은 산과 나무의 높이만큼 아득하고 아득하여 위위하기만 합니다 이 강산 어디를 둘러봐도 눈에 익은 돌부리마냥 정다움이 더하고 어머니와 함께 한 세월 내 살 속에 한 겹 한 겹 쌓여 사랑의 살이 되어 도타웁기가 그지 없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막내 손자 다비가 새로 직장을 옮겼다고 합니다 전에 상사로 모시던 분이 다비를 새 직장에 추천하여 주었고 연봉도 이전 직장보다 두 배나 주고 스탁옵션도 9.000주나 배려해 주었다고 합니다 내년 봄에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데 상장만 되면 아마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합니다 다비는 직장 이야기를 저에게 잘 말하지 않는데 지원이를 살살 꼬셔서 물어보면 솔솔 대답을 하고 아버님, 아버님하면서 좋아요, 좋아요 하면서 이야기를 다 해 줍니다 얼마나 예의가 바르고 깍듯한지 훌륭한 부모님 밑에서 예의범절을 잘 배운 것 같습니다 게다가 겸손하고 부드럽기가 솔랑솔랑 봄바람 같은데 효도하는 마음이 말씨 중에서 보입니다 해서 저는 지원이를 무척 좋아하고 의지도 됩니다 아들이 자상치 않고 무뚝뚝하니 동정을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할 때는 지원이를 살살 꼬시면 다 알 수가 있으니 여간 다행입니다 그럼 저는 다 듣고 어머니께 다비 이야기를 해 드릴 수 있으니 지원이 효심이 지극합니다 바울이도 좋은 소식이 있다고 합니다 가상화페라는 게 있는데 저도 그게 뭔지는 잘 모르지만 요즘 대세라고 합니다 정식 통화화폐는 아니고 젊은이들이 사고 팔고 하여 값을 정하는 비트코인인가 이더리움인가 그런 것인데 종류가 많다고 합니다 어느 가상화폐의 이사회에서 바울이에게 CEO로 와 달라고 한다고 합니다 요즘 인터뷰로 바쁘다고 하니 나중 엘에이 가면 결과가 나오겠지요 연봉을 놓고 서로 대화를 하는 모양인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보배도 큰 영화회사에서 초대를 받았다고 합니다 일 년짜리 대작을 영화화하는 모양인데 잘 해서 인정을 받는 영화감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위는 유니버샬 스튜디오에 지난 달 취직이 되었다고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쓰나 봅니다 아이들이 크는 것을 어머니께서 보시지 못하고 타계하셨으니 저는 오로지 그 것이 오호애재입니다 며칠 전 오른 쪽 아래 턱에 해 넣은 임플란트가 문제가 생겨 이가 흔들린다고 하여 뺐습니다 잇몸이 곪아서 고름이 생겼다고 합니다 왼 쪽 위 어금니 한 개는 부러져서 신경 치료 중인데 밥은 앞니로 먹습니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먹듯이 앞니로 야금야금 먹으니 고구마나 감자가 맛이 납니다 빼낸 잇몸을 꿰매고 새 살이 돋아날 때까지 세 달이 걸린다고 하니 그쪽으로 음식을 씹기가 겁이 납니다 대충 물에 말아서 후두룩 마시고 국수나 물렁한 것만 먹으니 배가 허전하기도 합니다 이번 주 금요일 깨진 이빨에 포장을 한다고 하니 그 다음엔 씹어도 될련가 또 부러지면 어이될건가 의사 선생님은 괜찮을 것이라고 하지만 워낙 잇몸이 약하여 걱정이 앞섭니다 어머니 내년쯤 되면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여행도 자유로워지고 사람들도 조금은 자유를 찾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볼리비아 경기도 조금은 살아나겠지요 빚도 조금씩 갚아 나가고 생활도 다시 윤택해 지면 다비를 장가보낼려고 합니다 내년이면 스물일곱입니다 그런 뒤면 저는 이제 할 일은 다한 셈이 됩니다 요즘은 다비를 위해서 기도를 많이 합니다 어머니께서도 하늘나라에서 다비를 위해서 기도를 많이 해 주십시오 아직 어리고 야물지가 못해서 저는 늘 걱정이지만 그래도 지원이가 잘 보살피기에 조금은 마음을 놓습니다 세상 어느 부모인들 자식 염려하는 마음은 다 같겠지요 어제 뉴스에 아버지랑 말다툼을 하다가 아버지를 때려서 숨지게 한 아들이 징역 16년을 받았다고 자막이 나왔습니다 조선시대엔 그 자리에서 목을 잘라버리는 참형에 처했는데 요즘은 존속치사도 겨우 징역입니다 법이 무르다 보니 애비, 애미를 두드러패는 자식들이 뉴스에 넘치고 두살 세살 젖먹이를 죽이는 부모들이 뉴스에 넘치는 세상입니다 해서 요즘은 시를 쓰고 싶지가 않습니다 시상이 어쩌다 떠오르면 고개를 외로 돌려 버립니다 외로서기를 하는 것이지요 원래 성격이 땅불쑥해서 시대에 맞게 살아가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어머니 오늘은 아이들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또 어머니께 들릴게요 늘 혼자 있는 저에게 마음 편한 어머님의 안부가 저에겐 큰 위로가 됩니다 하니 어머니 늘 편히 계셔요 늘 기도하며 어머니 곁에 저는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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