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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330)
어머니 안녕하셨습니까? 자주 들리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지속 되어 생활에 힘이 많이 듭니다 게다가 코로나가 다시 변이가 되어 세상을 힘들게 합니다 모두가 다시 움추러들었고 볼리비아는 다시 근무 시간을 줄이고 야통을 시작하여 사람들 생활이 더욱 힘들어 졌습니다 이제 곧 끝날 것 같았던 청사진들이 모두 뒤로 밀리고 올 가을이면 단체여행도 할 수 있을 거라고 뉴스에 나오더니 지금은 다시 6시 이후로 두 사람 이상 식사도 금지한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저는 백신을 맞지 않았기에 미국 갈려고 했던 여행계획도 뒤로 미루고 하루하루 뉴스에 귀를 쫑깃합니다 어머니 지난 주에는 다비가 지원에게 프로포즈를 했다고 사진이 왔습니다 7월 4일이 지원이 생일인데 둘이 휴가를 얻어서 하와이로 여행을 갔다고 합니다 아마 어느 그럴듯한 경치 좋은 곳에서 다비가 다이아 반지를 지원이에게 선물하고 프로포즈를 한 모양인데 지원이 손가락에 낀 사진을 제가 보았습니다 알이 아주 굵어서 두 캐럿은 되어 보이더군요 해서 지원에게 살살 물어보았지요 "지원아 기분이 좋으냐?" "네 아버님? "호호 그러하냐 행복하겠구나" "네 너무 행복해요" "그런데 사진을 보니까 다이아가 꽤 큼직하더라 두 캐럿 정도 보이더구나" "네 조금 더 큰 것 같기도 해요" 통화를 끝내고 두 캐럿보다 조금 더 크면 2.5캐럿이나 3캐럿인데 다비가 언제 돈을 모아서 그렇게 큰 돈을 프로포즈에 사용한 거지? 그래서 보배애미에게 물어보았더니 "보너스도 받고 퇴직금도 받고 모운 것이겠지요" 하더군요 참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둘이 사랑하고 오손도손 살며 행복하기를 소망하며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애비가 잘 나지 못하여 해 준 것도 없는데 지가 벌어서 지 아내 될 사람에게 그런 큰 선물을 할 수 있다는 여유와 따사한 정이 저를 무척 고맙게 했습니다 어머니 저는 잠들기 전에 어머니 기도부터 하고 그 다음 다비 기도를 하고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침대에 눈을 뜨자마자 어머니 기도부터 하고 그 다음 다비 기도를 합니다 그 까닭은 어머니께서는 제 목숨의 뿌리이자 근원이시고 이 지상에서 제 목숨보다 더 사랑하니까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고 다비는 제가 나이 45세에 낳은 자식입니다 제가 아무리 오래 살아도 다비 곁에 지 형이나 누나처럼 오래 머물 수 없기에 그 애틋한 마음이 늘 내 가슴에 남아 당연히 다비 기도를 많이 하게 됩니다 어머니 내년에 다비가 장가를 듭니다 계획대로 하나하나 고비와 장애를 넘기면서 다비는 순조롭게 혼인을 해 나갈 것입니다 게다가 지원이 아버지를 몇 년 전에 만나보았는데 너무 소박하고 온유한 분 같았습니다 다비에게 무척 잘 해 주나 봅니다 "다비야 너 뉴 저지 지원네 집에 가면 어이 지내니?" "잘 지내" "어떻게 잘 지내니? 구체적으로 말해봐 아빠가 궁금해" " 내 방을 따로 만들어 주어서 그곳에서 지내고 지원이 아버지가 나를 부를 때 유 서방 유서방 해" "유 서방이라고 불러? 너 유 서방이 뭔 뜻인지 알어?" "몰라 그냥 그렇게 부르면 기분이 좋은 거야" "저는 그날 그 소리를 듣고 사람이 웃다가 죽는 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얼마나 웃었는지 그날 입가에 근육이 당겨서 저녁을 먹는데 힘이 들었습니다 미국서 태어 난 놈이 서방이 뭔지 남방이 뭔지 알기나 할까요 어머니께서도 하늘나라에서 이 소식을 아버지에게도 들려 주시고 할머니에게도 들려 주시고 여러 친척들에게도 들려 주세요 옛날 볼리비아에 살 때 아버지 사진을 보고 "내 할아버지야?" 하며 눈물 흘리던 다비입니다 "나는 왜 할아버지가 없어?" 하며 내게 울며 안기던 다비가 이제 장가를 간다고 하니 정말 금석지감이 따로 없습니다 저지난 주에 지원이 보고 이쁜 딸을 하나 낳아다오 했습니다 바울도 아들이 둘이고 보배도 아들이 있으니 딸이 무척 귀해졌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아들보다는 딸이 대세입니다 이유는 아들은 장가 보내면 처가에 뺏기고 딸은 친정 아버지 어머니를 끔찍이 생각하여 남자보다 오래 살며 친정 부모님들을 보살펴주니까 딸을 더 귀하게 여기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게다가 사납지 않고 다정다감하여 병든 어머니 아버지 수발도 들고 하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지원이 왈 "아들을 낳으면 어떻하지요?" "그럼 할 수 없지만 기도해야지" "기도 하면 하나님이 다 살펴 주시고 챙겨 주시고 하니까 기도하면 됀다"하고 달랬습니다 다비가 장가를 들면 저는 이제 제가 해야 할 일들은 다 한 것 같습니다 혼자 산에 오르기도 하고 호수 공원을 걷기도 하며 이생각 저생각 사념에 젖습니다 어머니 다음 주에는 강원도를 한 번 다녀오고 싶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다녔던 홍천을 거쳐 구도로로 달리며 청국장에 막국수도 먹고 용대리까지 가서 북어포랑 북어완물까지 사서 대구서 먹기도 하고 엘에이에 좀 갖고 가기도 할까 합니다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에겐 콩나물을 넣고 북어국을 먹으면 아미노산도 풍부하고 오메게도 풍부하여 비린 냄새도 없고 하여 제에게 알맞은 음식이 됩니다 제가 엘에이 가면 다비랑 지원이가 온다고 합니다 못 본지 2년 가까이 되니까 다비가 아빠가 무척 보고 싶은가 봅니다 지난 주에는 하도 더워서 서문시장에 가서 개량한복을 한 벌 샀는데 아주 시원하여 입어도 편하더군요 그래서 너무 편하고 시원하여 제 사이즈로 한 벌, 지원이 사이즈로 한 벌 머스타사 색갈로 한 쌍을 샀습니다 오면 입혀보고 좋다고 하면 줄려고 하는데 마음이 앞으로 먼저 달려서 내일이나 모레 지원이를 카카창에 불러서 사진을 찍어서 좋으냐? 괜찮으냐? 물어볼려고 합니다 운동할 때 둘이 손잡고 식사하러 갈 때 페어로 입으면 좋을 것 같더군요 미국서 조선옷을 입는 것은 나쁠 것은 없는데 젊은이들의 기호에 맞지 않을까 걱정해서 하는 말이지요 요즘 며느리들은 시어머니가 반찬이나 음식등을 해다 주면 시어머니 간 뒤에 쓰레기 통에 버린다고 하더군요 앞에서는 어머니 잘 먹을게요 하고 뒤에선 그런다고 하더군요 식성에 맞지 않다고 하더라도 노인네가 정성 들여서 해 준 음식을 그러면 아니 되는데 젊은 세대의 아이들은 죄의식도 없이 그런데요 피자 햄버그로 입이 달구어져서 그런 것이겠지요 다행이 다비는 된장국도 잘 먹고 고등어도 잘 먹고 특히 가자미는 플란차 페스카도 생선 하면서 잘 먹습니다 제가 그렇게 키웠습니다 어머니 살아계셨다면 다비의 성장과 장성의 면모를 보시고 얼마나 흐믓해 하셨을까요? 게다가 막내 손자 며느리의 사랑도 받으시고 붙입성 있고 예의 바르고 현숙한 지원이의 손짓과 눈빛과 마음을 받으시며 얼마나 행복해 하셨을까요? 저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가 않습니다 장가를 들면 제 집을 쪼개서라도 다비 살 집을 한 채 사 줄려고 합니다 코로나로 너무 많은 적자를 보고 예산도 계획하지 못하는 지금의 실정이지만 제 마음은 그렇게라도 해야 애비로서의 마즈막 책임을 다 한 것 같아 무거움이 사라질 것 같습니다 어머니 제발 코로나를 빨리 극복할 수 있게 하나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저는 자나깨나 기도로 하루를 보내고 기도로 하루를 맞이 합니다 어머니 다음 주에 어머니께 들러서 기도하고 강원도로 들러서 인제 양구에서 하룻밤을 묵고 어머니와 함께 다녔던 추억의 그길을 다녀온 뒤에 다시 어머니께 들리겠습니다 시원한 바다가 생각나는 초복이지만 한국의 산도 더울 땐 나쁘지 않습니다 혹시 용대리에서 부지깽이나물이나 취나물 더덕 곰취 또 명이나물 등이 있으면 사 오겠습니다 요즘 시장에 가면 어머니께서 좋아하셨던 비름나물이 자주 눈에 보입니다 데쳐서 된장에 살짝 버무려 밥 비벼서 먹으면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납니다 자고 일어나면 어머니 생각이 점점 많이 납니다 벌써 12년의 세월이 흘러 흘렀습니다 한데 저는 그 세월의 굴곡 속에서도 단 하루도 어머니를 그리워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어머니 저의 마음을 가장 잘 아시는 영안을 갖고 계시지요 오늘로서 어머니께 보내는 저의 편지가 330번을 채우는군요 모쪼록 다음 주에 만날 때에는 절대 울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어머니를 대할 수 있게 마음을 잘 다스려보겠습니다 잃어버린 어머니를 대할 때 기쁜 마음으로 대한다는 것은 말이 아니되지요 애련한 마음이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데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불효자 진은 시종여일 하나만 압니다 사업도 하나만 알다가 피를 보고 사람도 하나만 알다가 피를 보고 우암의 곧을 직을 숭앙하다가 피를 보며 살아왔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사나이가 세상에 살면서 어찌 이익만 보고 살 수 있겠어요? 때로는 실수도 하고 때로는 실패도 하고 때로는 배신도 당하며 허허 웃고 그러냐? 그랬더냐? 하며 살다보면 한 세상 그렇게 흐르는 것이지요 어머니 사슴을 쫓는 자 태산을 보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세상 재물을 쫓다보면 사나이는 뜻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견지망월(見指忘月)!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고 달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 별을 딸려고 하는 사람은 발밑의 꽃을 잊어버리기가 쉬운 법이지요 그런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어머니를 잃은 마음 눈물로 속상함을 대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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