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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334)
어머니 저는 어제 무사히 엘에이에 도착하였습니다 공항에는 사람들도 예전보다 많았고 이민청 수속이나 검사대도 전부 자동으로 시스템이 바뀌어서 입국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아서 편했습니다 게다가 전부 마스크를 쓰고 움직이고 일하고 걷고 각자의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고 공포감이 많이 줄었습니다 얼마나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하는지 공항은 복잡했고 집으로 오는 도로는 정체가 심했습니다 내 방으로 들어서니 어머니께서 먼저 저를 반기고 활짝 웃는 모습의 반가움이 피로를 잊게 했습니다 어머니의 젊은 시절의 사진이 저는 정말 좋습니다 코로나로 비행기도 380A에서 B737로 바뀌어서 많이 흔들려서 머리가 좀 어지럽기는 했지만 40년 전 배타고 남미로 이민을 온 사람들을 생각하면 양반여행이지요 어머니 바울이가 내가 왔다고 월남국수를 배달로 보내왔네요 저는 배가 불러서 먹지 못하고 국수는 불어 터질 것 같고 해서 보배애미에게 친정에 갖고가서 동생들하고 먹고 한담을 하고 와요 했습니다 시우와 시진이가 내가 왔다고 올려고 했나 봅니다 아직 백신을 맞지 않아서 왕래를 못하니까 바울이가 페이스톡을 해 주어서 사진으로 두 녀석을 보았는데 얼마나 잘 생겼는지 아랑드롱은 저리가라 였습니다 게다가 시우는 이제 한국나이로 일곱 살이라 초등학교를 다닌다고 합니다 시진이는 다섯 살이라 유치원에 다니구요 할아버지 보고 싶기도 하지만 할아버지가 갖고 온 선물이 더 궁금해서 오겠다고 난리를 쳤겠지요 보배는 준이하고 사위가 감기가 걸려서 꼼짝을 못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입고 싶어하던 한복을 갖고 왔는데 감기 걸려서 고생을 한다고 하니 보배 보는 일은 며칠 뒤나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보배가 좋아하는 낙지젓하고 오징어젓을 갖고 왔는데 며칠 뒤에 제가 들여다볼까 합니다 목사님과 박 권사님에게는 민어를 한 마리 씩 선물했구요 갖고 온 속초 해지네 명란젓도 조금 드렸습니다 오늘 저녁은 박 권사님이 솜씨를 부린 콩나물 무침을 먹었는데 역시 명인이라 맛이 유별났습니다 명란을 조금씩 떼서 먹는데 너무 맛이 신선하고 마닐마닐해서 더구나 좋은 고추가루를 뿌려서 물들이고 짜지 않아서 하나를 다 먹었습니다 이런 개미가 있는 음식을 어머니께 드리지 못하고 제 혼자 먹고 할 때마다 마음이 늘 무겁습니다 어머니 내일은 할아버지 제삿날입니다 할머니도 같이 오실 것 같아서 미주구리를 울산에서 사서 갖고 왔습니다 민어는 물론이고 민어조기도 몇 마리 갖고 왔습니다 목사님을 초청하여 기도를 해 달라고 할까 합니다 아침 일찍 다운타운에 가서 문어를 한 마리 살까 합니다 오징어는 울릉도 뱃사람이 바다에서 말린 좋은 아사이찌를 구해서 갖고 왔습니다 성난이가 지난 번에 제가 오징어를 몇 마리 주었더니 이가 아파 오징어 먹을 생각도 못했는데 오빠가 준 오징어는 침으로 살살 녹여서 먹으니까 부드럽고 먹기 편해서 오랫만에 맛나게 먹었노라고 했다고 해서 성난이에게 선물로 줄려고 좀 넉넉하게 갖고 왔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한 마리 슬쩍하여 살살 찢어서 먹었는데 침으로 녹여 먹으니까 맛나고 오징어 냄새가 어린 시절 고향 냄새가 듬뿍하여 좋았습니다 영화관에 갈 때 한 마리 갖고 가서 질근질근 다리 하나 입에 넣고 영화 보던 옛날이 생각 나는군요 8월30일은 누나 생일이라서 누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매형이 지난 달에 전립선 수술을 하였다고 했는데 경과가 어떤지 궁금하여 물었더니 많이 좋다고 하더군요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어머니 저는 눈이 많이 안 좋아서 내일 안과에 가 볼려고 합니다 하루종일 눈이 침침하고 눈물이 많이 나오고 앞이 잘 안 보여서 글 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캄퓨터도 예전처럼 많이 하지 않고 글도 예전처럼 많이 쓰지 않는데도 눈이 자주 침침하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나이가 있으니까 백내장이나 녹내장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겠지요 작년에 의사가 백내장 끼가 조금 있는데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고 하더군요 어머니께서는 70이 넘어셨어도 안경을 쓰지 않고 바늘귀도 뀌고 하셨는데 저는 글도 잘 보이지 않으니 마음 속으로는 걱정을 많이 합니다 엘에이에 오니 볼리비아와의 거리가 한국보다 반으로 줄어서 좋습니다' 여름이라 그런지 남미과일이 무척 먹고 싶습니다 특히 파파야와 선인장 열매가 생각이 많이 나는군요 입에 넣으면 즙이 가득 달고 그윽하여 제가 늘 즐겨 먹었던 열매이었지요 허연 찌차도 이따금 생각이 나고 옥수수 가루로 쪄낸 쵸코빵도 생각이 많이 납니다 저희 집에서 몇 블럭 떨어진 곳에 참나무로 구운 뽈요 알라 브라사를 파는 가게가 있는데 페루에서 온 사람인가봐요 맛이 볼리비아 맛이 아니고 페루 맛이 나는데 소스가 산타크로스 소스가 아니고 페루 소스라 맛이 조금 차이가 납니다 저는 가까이 있어도 잘 먹지 않는데 다비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오면 다운타운에 초밥을 제일 먼저 먹고 그 다음에 이 뽈요를 먹는데 인 앤드 아웃보다 맛이 없어 하고 실망하곤 합니다 저는 그냥 빙그레 웃곤 합니다 어머니 많이 피곤합니다' 밤낮이 바뀌었으니 피곤도 하고 목도 잠기고 시원한 하이네캔 한 잔이 생각이 납니다 당뇨가 심해서 맥주를 마시면 아니되기에 참는데 힘들면 기도를 합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날이 샐 것 같습니다 그럼 커피를 한 잔 하면 될 것 같아요 어머니 하늘나라는 어떠습니까? 아버지도 이따금 보시고 여러 형제 친척들도 만나고 즐겁게 지내시는지요? 그 곳도 여러 영혼들이 모여서 한국처럼 나라가 있고 도시가 있고 고향땅이 있겠지요 하나님께 열심히 기도하고 어머니의 영혼을 위해서 정말 아침이나 밤이나 열심히 기도하고 있으니 틀림없이 하나님이 어머니를 아주 끔찍이 사랑하고 보살펴 줄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이런 믿음이 있어서 정말 열심히 기도합니다 믿음이 나를 구원해 주고 행복하게 해주고 인생사 아픔을 잊게 해 줍니다 내게 믿음을 주신 하나님게 감사하고 지금까지 악을 피하고 횡액을 피하고 그나마 아프지 않게 살아온 일도 하나님의 은혜라고 저는 믿습니다 물과 공기가 빛을 주신 하나님이 저에게 생명을 주실 때 사랑의 눈길도 함께 주셔서 지금껏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아껴주고 나로 인하여 삶이 바뀌고 하나님을 영접한 사람들이 몇 분 있습니다 저는 이런 삶이 무척 좋습니다 어머니께 가는 그날까지 바보처럼 빼앗기고 손해보고도 웃으며 살겠습니다 한 숟갈 덜 먹는 마음이 더욱 배가 부른 것은 제 뒤에서 늘 기도하며 염려해 주시는 어머니가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계실 때에도 늘 저를 위하여 기도해 주셨고 하늘나라에 계셔서도 저를 위하여 늘 기도해 주시는 어머니께 늘 감사하며 생활합니다 며칠 시차를 극복한 뒤 손자들을 보고 난 뒤 다시 어머니께 들리겠습니다 부족하지만 늘 어머니와 함께하는 이 삶이 저는 무척 좋습니다 어머니 사진 몇 장을 제게 주시고 한 인생을 불사르고 사라지신 그 숭고한 사랑을 제가 어찌 잊어오리까 제가 어찌 잊어오리까 먼 훗날 제 넋이 허공을 해맨다 하여도 그 사랑은 잊지 못할 것입니다 어머니 안녕히 계셔요 사랑해요 어머니 소자 다시 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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