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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유 국진
ㆍ작성일 2021-05-12 (수)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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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327)


어머니 안녕하셨는지요?
저의 형제들은 모두 다 잘 있습니다
올해는 기후가 이상한지 5월인데 강원도에 눈이 내렸다고 합니다
지리산에도 상고대가 피어서 사진작가들이 등정을 하고 멋진 눈풍경이 눈요기를 자극했습니다
어머니 생존하셨더라면 제가 모시고 강원도 눈구경을 갔을 텐데...
돌아오는 길에 홍천에 들러서 뜨끈한 홍천 손메일 칼국수를 사 드리고 맛나구나 하시는 칭찬 들었을 텐데 무척 아쉽기만 합니다  
며칠 전
오랜만에 물회가 먹고 싶어서 전복물회를 하였는데 가장자리 딱딱한 부문을 씹다가 왼쪽 두 번째 어금니가 부러졌습니다
의사님 말씀에 뿌리를 조금 안고 떨어져 나가서 신경치료를 하여야 한다고 하는데 뽑고 임플란트를 하는 게 어떤가 재 눈치를 살피는데 그냥 덧쉬워서 사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오른쪽 어금니 안쪽 임플란트를 했는데 씹을 때마다 아랫턱이 아파서 이물질도 많이 끼고 음식을 잘 씹지를 못하여 송곳니로 살짝 씹어가며 식사를 하는데 많이 힘들군요
해서 칫과를 바꾸어서 이를 치료할려고 합니다
서울대학교 치의예학과를 나왔다고 병원 문 옆 간판이 크게 붙어있어 잘 하시는가보다 하고 치료를 맡겼는데 내 체질이 임플란트하고는 잘 맞지 않는가 아니면 양두구육인가 허유기표인가 빛 좋은 개살구인가  명실상부하지 않으니 짜증이 납니다
어딴 분은 임플란트를 하여서 음식 맛도 돌아오고 꼭꼭 씹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하는데 나는 씹으면 턱이 아프고 음식 찌꺼지가 이빨 사이에 끼어서 턱이 너무 아픕니다
정말 아픈 것은 견디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잇빨이 부러졌으니 음식도 씹지 못하고 혀로 그쪽을 살짝 더듬으면 구멍이 뻐끔하여 흉물스러워서 몸이 긴장되고 짜증이 가득합니다
인생칠십고래희라고 하더니 손톱에 가시가 자주 일어나고 잇빨은 부러지고 귀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나고 이승을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
며칠 전 외갓집 막내 김덕희가 타계했다는 부고를 받았습니다
덕희는 올해 나이 65세인데 유방암을 앓고 있었다고 합니다
용균이 한테서 전화가 왔더군요
제가 외삼촌에게 받은 사랑과 은혜를 생각하면 당연히 빈소를 찾아야하겠지만 코로나로 사람들 만나는 일이 쉽지가 않고 해서 부의를 강진이 따로 저 따로 하였습니다
누나도 금향이 누나와 통화를 하고 부조금을 했다고 연락이 왔더군요
어머니 친정붙이 조카딸인데 암으로 치료를 계속하다가 끝끝내 이겨내지 못했나 봅니다
제가 건국대 다닐 때 덕희는 수도여자사범대학을 다녔었지요
종종 길가다 마주치면 그땐 제가 주머니 사정이 좋지않아 맛나는 음식 한 번 사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정말 이쁘고 호리호리하여 내 친구 안관우 집에 놀러를 가면 그곳에 덕희가 친구 정연이랑 논다고 자주 와서 얼굴을 보곤 하였었지요
정연이는 관우의 여동생인데 결혼하여 전라도 어느 지방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안관우군도 작년에 부정맥으로 타계하고 덕희는 지난주 타계하고 내가 알던 사람들은 하나 둘씩 짝을 만들어 하늘나라로 떠나는군요
단 한 번 따뜻하게 잘해주지 못하고 밥 한 그릇 맛난 것 사주지 못하고 영영이별을 하였으니 마음이 추창하고 애짭잘하여 부고를 받은 그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몸이 괴로웠습니다
어머니 타계하시고 외갓집 형제들과 용인에서 밥 한 번 먹은 것이 마즈막 보는 상봉이었습니다
벌써 십 년이 넘는 세월이군요
돌아보면 우리가 살아온 시간들은 십 년을 주기로 흐르나 봅니다
십 년은 강산도 변한다고 하였는데 참 짧은 시간의 마디입니다
덕희가 타계했다는 소식은 제겐 너무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렇게 이국적인 몸매와 백합꽃 같은 얼굴의 청순미인도 하루아침에 세상을 하직하는구나 생각하니 제가 이빨 부러진 일도 이별의 신호인 같아서 마음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돌아보니 세월이 유수와 같습니다
천류불식이라고 하더니 흘러가는 강물이 어찌 쉼이 있을까요? 
미인의 얼굴에도 검버섯이 피고 북망산천에 봉오리 꽃들이 옹자종기 모여서 큰 산을 이룹니다
아버지 떠나신지 45년
어머니 떠나신지 12년
시간의 흐름에 우리는 모두 모든 것을 이승에 놓아두고 저 멀고 먼 길을 떠나야 합니다
예미도중(曳尾塗中)이란 말이 있습니다
진흙탕 가운데 꼬리를 끌고 살아도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는 뜻입니다
정승이 벼슬을 잃거나 죽으면 문전작라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작라란 새그물을 말합니다
인생의 부귀를 허무에 비교한 고사입니다
어제 저녁 강진이랑 식사를 하면서 얼굴을 유심히 보았는데 자분치에 난 흰머리는 무성하고 얼굴은 주름이 깊어 일이 힘들어서 그런가 마음이 많이 우울하였습니다
게다가 목소리마저 둔탁하여 쇠기침소리가 나고 식사후에는 방귀를 얼마나 많이 크게 길게 뀌는지 소화력도 떨어지고 노쇄해가는구나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김찌찌게에 꽁치통조림을 하나 넣어서 해 주었더니 잘 먹더군요 
어제는 호시가리란 가자미를 구워서 주었더니 잘 먹고 에헴하더군요
호시가리는 이시가리와 비슷한 가자미인데 맛이 아주 뛰어나서 우리나라 서해안에서는 황금박대와 더불어 최고로 칩니다
동해안에서는 참가자미라고도 하는데 호시란 일본어로 별이란 뜻이라 별가자미라는 속칭이 있습니다만 호시가리는 우리나라 말입니다
이시가리는 엄청 비싸고 최고의 횟감이라 한 접시에 십만 원이 넘습니다
맛을 아는 메니아들에게는 줄가자미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맛을 지닌 생선입니다
내고향 영덕에서는 꺼칠가자미라고 하는데 어머니 생각나지요 맛나게 드셨던 옛추억!
그 맛나는 호시가리를 해주었습니다
강진은 그냥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가자미로만 알지요

어머니
덕희 소식을 말하다가 보니 이시가리까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가저미를 생각하면 도다리가 생각나고 봄이 오면 쑥을 넣고 먹던 옛날이 생각나고
미역국에 넣어서 먹던 옛날이 생각나고
음식 하나하나에 어머니와의 추억이 생각납니다
계절이 바뀌면 우리들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도 바뀌듯
인생은 새옷을 입고 나들이를 하고 산천을 배회하고 주마간산을 합니다
요즘은 수산시장엘 가면 농어가 무척 위엄이 있어 보입니다
농어찜을 하여 어머니 상에 드리고 뼈가 많은 부문은 제가 먹고 흰살 부문은 어머니께 드리고
제 마음을 한 번 보여드리고 싶은데 반중조홍감이라던 박인로와 처지가 같아서   
제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합니다
천하 일미라고 했던 농어를 바라보며 돌아오는 길에 소동파의 적벽부가 생각났습니다
바람과 물결!
영웅천하의 일걸이었던 주유도 공명 앞에서는 바람꽃이었고 담박명지 영정치원을 노래했던 공명도 사마의 앞에서는 넘을 수 없는 물결이었습니다
제 젊은 시절의 승풍파랑!
70년 세월에 덕희를 보내고 어머니 제게 주신 이빨 하나를 깨진채 버리고 얼마 남지않은 생의 촛불을 물끄러미 심안으로 바라봅니다
어머니
무척 보고 싶군요
다음 주에 파주로 한 번 갈까 합니다
너무 보고 싶어서 마음이 허전하여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습니다
뵙는 날까지 안녕히 계세요
4시에 일어나 글을 치다보니 날이 훤하게 밝았습니다
커피 한 잔을 더 하고
잠시 눈을 감고 오늘의 기도를 시작할까 합니다
제겐 감사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하나님 앞에서 기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숨 쉴 수 있는 공기와 맑은 물
나를 좋아하고 나의 시를 읽어 주시는 팬들
내 자리를 비춰주는 별자리와 달님
빛과 어둠을 갈라주시며 내게 지혜와 슬기를 모두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
일함과 쉼을 나누어 주시고
은혜와 사랑을 감득하게 해주신 어머니의 헌신
새벽의 창을 열 때마다 감사와 평안으로 하루를 엽니다
어머니...
내 그리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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