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모곡(276)
어머니 오랫만에 문후 올립니다 그동안 별래무양하오신지요? 소자는 잘 있었고 몸도 많이 좋아지고 큰 풍파는 없었으나 한국여행객들이 저 먼 유럽의 헝가리라는 나라에서 배를 타고 야경을 즐기다가 충돌사고를 당해 많은 분들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일이 있었나 봅니다 요즘 티비를 틀면 매일 슬픈 소식이 전해지고 심지어 어느 할머니는 어버이날을 맞아 손주들과 여행을 하다가 참변을 당했나 봅니다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서 요즘은 티비를 잘 안볼려고 합니다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게다가 지난 주에는 동무 이 재명이가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종남이에게서 소식이 왔더군요 급히 강진에게 연락하여 화환을 하나 보내라고 했습니다 뇌출혈로 쓰러져서 조금 호전이 된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갑자기 부고를 전해 듣고 무척 당황하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럴줄 알았다면 지난 번 한국방문시 한 번 찾아가서 얼굴이라도 볼 걸 그랬나 후회가 됩니다 죽음이란 슬픈 감정도 미운 감정도 모두 안고 가나 봅니다 그의 영혼을 위해서 기도를 하고 명복을 빌어보는 저의 마음 너무 쓰리고 아픕니다 어머니 그렇지만 요즘 또 반가운 소식도 있습니다 한국사람의 위상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구나 하는 마음도 갖게 합니다 방탄소년단이라고 춤을 아주 잘 추는 보이스그룹이 있는데 유명한 영국의 웸블리라는 광장에서 컨서트를 열었는데 관중이 이틀에 12만 명이 왔다고 합니다 젊은 여성들이 한국말로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한국에 대해서 친근감을 갖고 한국을 알려고 애를 쓴다고 합니다 게다가 류 현진이라는 괴물투수가 있는데 제가 사는 엘에이에서 이름을 크게 떨치고 있답니다 미국사람들이 이 한국인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우리 한국사람들은 류 현진이가 나오는 시합엔 식당들이 만원이고 불경기에 업주들이 화색이 돌고 이기면 좋아라하며 모여서 행복해 한다고 합니다 어제는 이 정현이라는 젊은 여성이 골프를 잘 해서 U.S. OPEN에서 참피온을 했다고 합니다 상금이 무려 백만불이라고 합니다 신문에 나고 티비에 나고 난리가 났습니다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류 소연이가 2등을 했다고 합니다 건국대를 나온 최 나연 동문은 엘피지에이 8승을 하였는데 요즘은 신문에 뜸하게 나오고 김 인경이도 작년에 이름을 크게 떨치더니 올 해는 조용합니다 이렇게 우리나라 여성이 미국에서 영국에서 호주에서 이름을 떨치고 지난 달에는 한국 바둑 랭킹 1위 박 정환이가 세계 랭킹 1위 커제를 꺾고 삼성화재배에서 1등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 저는 참 신이 나고 너무 우리 아이들이 고맙고 귀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전쟁에서 모든 것을 잃고 가난 속에서 고아들이 길에 내팽게치고 작은 땅덩어리를 분활하여 지방색으로 싸우고 당파를 만들고 일제 식민지에 자주국으로서의 모든 지위를 잃고 풍전등화 같았던 우리나라 이제 서서히 세계 속으로 한인들이 자리를 잡고 게다가 봉 감독이 만든 한국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았다고 전 세계가 열광하고 티비에 신문에 근 일주일 내내 난리가 났습니다 이제 곧 노벨문학상도 우리 차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강이라는 소설가는 서양에서도 알아주는 유명한 분인데 아버지는 소설가 한 승원이며 몇 년 전 맨부커상을 타신 분입니다 이곳 미국에서도 큰 상을 타고 이름을 떨치는 젊은 이들이 모두 우리 한민족들의 후예입니다 그러니 조국을 등지고 살아가는 저는 외롭다가도 이런 좋은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 지고 기분이 좋습니다 어머니 다비가 대학을 졸업하고 2년 삼일법인의 컨설팅회사를 다니다가 높은 분에게 능력을 인증 받아서 아주 좋은 무역회사로 픽업이 되어 월요일부터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너무 회사가 좋고 대우도 좋아 마음에 든다고 합니다 다비를 픽업한 분은 백인인데 다비가 일을 잘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래서 저는 막내 걱정은 별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걱정이라면 늘 보배 걱정입니다 살이 지나치게 찌고 남편은 아직도 바른 직장을 잡지 못해서 보배가 힘들게 살고 하나 아들은 아토피병이 있어 음식을 가려서 먹어야 하고 자칫 잘못 먹으면 기절하여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하고 어디를 가도 늘 보배 때문에 마음이 놓이지가 않습니다 그런 것을 따져보면 우리 다비가 너무 대견하고 지 앞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솜씨가 마치 왕 희지가 일필휘지를 하는 것 같습니다 시원합니다 옛말에 투필성자란 말이 있습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붓을 아무렇게나 막 던져도 글자가 멋지게 나온다란 뜻입니다 얼마나 각고의 노력의 세월이 흘러야 이런 경지에 도달할까요? 30년을 푸줏간을 한 사람이 1킬로의 고기를 달라고 했더니 그냥 잘라서 종이에 싸 주더군요 왜 저울을 달지 않느냐고 했더니 달아보나마나입니다 하더군요 믿기지 않아서 달아보라 했더니 눈금이 1킬로를 가르키더군요 연습이 달인을 만든다는 말을 실감한 이야기입니다 우리 다비를 생각하면 마치 투필성자를 하는 장인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대견하고 믿음직스럽고 막내 같지가 않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머니 어머니께서 손자를 잘 교육시키고 잘 이끌어주시고 예의와 습관과 언어와 행동을 규범있게 키우신 덕택이 아닌가? 어머니 큰 사랑을 가슴으로 간직하게 됩니다 어머니 이제 곧 만나게 되겠어요 한국은 목련이 지고 대구는 32도라고 합니다 많이 더운 만춘입니다 목련이 지면 어머니 그리움이 더하겠지요 제가 대학 다닐 때 한 대수가 불렀던 행복의 나라로라는 노래가 티비에 나옵니다 사람은 모두가 행복을 위해서 욕망을 갖습니다 때로는 그 욕망이 탐욕이 되어 스스로 폐인이 되는 사람이 있고 때로는 소욕이 되어 농부의 삶으로 어부의 삶으로 만족하며 사는 분들이 있고 저처럼 범부로 살며 자식들이 자라는 모습 바라보며 즐거워하며 손자들이 찾아오면 만나는 것을 해주고 뽀뽀해 주고 행복을 나누어 주는 그런 삶도 있습니다 어머니 오늘은 새벽 4시에 자다가 깼습니다 침대에 누워 가만히 기도를 하는데 어머니 그리움이 가슴을 덮습니다 일어나 오랫만에 어머니 창을 두드러야지 하며 생각하다가 커피를 마시며 글을 칩니다 그리운 어머니... 얼마 남지 않은 생의 시간 충실하게 잘 지키고 거짓되게 살지 않고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며 살다가 어머니께 가고 싶습니다 어머니... 곧 뵈어요 사랑하는 마음이 내 가슴에 가득합니다 오늘 하루를 엽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