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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278)
어머니 그동안 더운데도 잘 지내셨는지요? 저는 어머니 보살핌 속에서 잘 지냈습니다 며칠 전부터 마음이 울적하고 또 장마가 깊어서 어디 특별하게 나들이 할 데도 없고 하여 어머니 방에 들려서 쓸쓸함을 나눌까하여 잠시 들렀습니다 처제문제로 재판을 시작하여 입은 손실은 변호사 비용이 엄청나게 많고 저희들에게 유리하게 움직이지 않아서 자나깨나 걱정이 많습니다 7월 말에 결과가 나온다고 하니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아무래도 각오를 단단히 해야할 것 같다고 바울이가 말하니 더욱 마음이 무겁습니다 볼리비아 경제도 너무 어렵고 불경기인데다가 인접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트럼프의 경제압력에 많이 힘들어한다고 합니다 한국도 심한 불경기이고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인건비가 올라서 경기순환이 경화 되어 자가사업을 하시는 분들은 많이들 어렵다고 빈 상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더운 날씨에 쪽방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의 모습이 오늘 뉴스에 났습니다 한두 평짜리 좁은 방에서 선풍기 하나로 바람도 잘 통하지 않는 낡은 방을 바라보는 저의 마음 아픕니다 마치 내가 무능력하여 저분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 죄책감에 사로 잡힙니다 가슴이 무겁고 숨이 꽉 차 오릅니다 어머니 장마도 대충 물러가고 대구는 마른 장마의 시작인지 날씨가 연일 찌는 듯 합니다 삼일 전 다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가 한국에 있어서 마음이 쓰이는지 자주 전화가 옵니다 새 직장은 마음에 든다고 비행기를 타지 않아서 좋다고 합니다 운동도 열심히 한다고 합니다 운동도 좋지만 책을 늘 가까이 하라고 했습니다 책을 가까이 하지 않으면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가 없고 현재에 머무르게 되어 퇴화가 되니까 명심하고 새로 나온 기술서적이나 국제정세에 맞는 경제서적들을 많이 보고 문학서적들도 많이 읽고 시인의 아들답게 묵향이 나오게하라고 했더니 알았어, 알았어 합니다 아직도 다비는 애비를 지 친구쯤으로 여깁니다 칠십 가까운 애비에게 반말하는 이 놈이 어쩜 이리 이쁜지... 목소리만 들어도 저는 가슴이 떨리곤 합니다 어머니께서도 다비를 너무 이뻐하셨지요 저를 많이 닮아서 이뻐하셨고 한국음식을 잘 먹어서 더욱 이뻐하셨습니다 어머니 지난 토요일 신안에 문학기행을 히였습니다 신안군에는 섬이 천 개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까지 다 합하여 천 개쯤 있겠지요 제가 간 곳은 압해도인데 가까운 다른 섬들에 가는 선착장도 있고 유람선도 있고 작은 배들도 있어 바다냄새가 오랫만에 무척 싱그러웠습니다 신선한 회를 먹기 위해서 횟집에 들렀는데 물회가 얼음육수의 물회이고 고추장이 명인들이 만든 전통 고추장이 아니고 또 자가고추장도 아니고 시중에서 파는 것인지 숙성이 덜되어서 먹다가 말았습니다 그런데 반찬으로 나온 회갈색 젓갈이 있었는데 뭔가 하고 살짝 젓가락에 찍어 먹어 봤는데 맛이 달근하고 짭쪼릅한게 은은한 맛이 침속에 감돌았습니다 죽순무침이 있어 살짝 죽순에 곁들여서 밥에 싸서 먹었더니 고소한게 맛이 별났습니다 이게 도대체 뭔가 하고 주인에게 물었더니 칠게장이라고 하였습니다 "칠게?" 구글에 들어가서 칠게를 치니 순천만에서 많이 나는 명물인데 사진을 보니까 우리 경상도에 오일시장에서 할머니들이 파는 방게하고 비슷했습니다 우리 아파트 앞에 본리시장이 있는데 그 시장 반찬가게에 가면 게를 기름에 튀겨서 고추가루에 마늘에 파나 깨를 뿌리고 팩으로 해서 파는데 그게 방게인데 목포 동부시장에 가서 보니까 갈색 방게가 아마 신안의 갯벌에서 잡히는 칠게인지 맛이 정말 희얀했습니다 천기누설에서도 방영이 되었다고 하고 키토산이 풍부하여 혈관청소에 좋다고 하니 저처럼 나쁜 콜레스토롤이 많은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음식이 될 것 같습니다 매일 한 숟가락씩 먹는 새싹보리에 곁들어서 칠게장을 조금씩 섭취한다면 건강에 더욱 좋겠지요 폴리페사놀이 사탕수수보다 더 많다고 합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순천에 한 번 가서 칠게와 방게의 차이를 한 번 조사해 봐야 겠습니다 순천에 꼬막이 유명한데 선화정이란 식당이 꼬막요리에 반찬은 칠게장이 나온다고 미식가들이 한 번 방문해보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섬진강에 들어서 김용택시인을 꼬셔서 같이 가보자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목포에 들러서 갈치속젓을 작은 통으로 두 통 샀는데 한 통에 8천 원 두 통에 만오천 원 주었습니다 유달산에 올라 한 눈에 목포시가를 구경하고 이 난영이 부른 목포의 눈물을 나즉히 불러보고 유달산은 우리 종씨입니다 하고 길안내를 하는 서예가 운봉 선생님에게 말했더니 배가 아파 죽는다고 웃습니다 유달산만 있는 게 아니지요 유명산도 있습니다 어머니 살아생전에 설악면에 가서 유명산 계곡에서 맛나게 드셨던 나물반찬 생각이 납니다 갈치속젓을 먹었습니다 지금까지 먹었던 갈치속젓은 냄새가 독하고 숙성이 좋지 않아 먹는데 힘이 들었었지요 먹고 나면 방귀가 지독하고 몸이 근질하여 별로 위생적이지 않았는데 목포서 산 갈치속젓은 참 깊은 맛이 나고 소화도 잘 되고 냄새도 갈치냄새가 진하게 나서 이런 갈치젓은 처음이었습니다 막 지은 밥 위에 속젓을 조금 얹고 곱창김에 돌돌 말아서 먹으니 맛이 기가 막힙니다 게다가 깻잎줄기를 무쳐서 함께 먹으니 산속의 향과 바다의 향이 함께 어우러져서 산해진미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인가?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살아계실 때 애비야 나는 콤콤하고 조금 비릿한 젓갈을 좋아한단다 하셨지요 바로 그 젓갈이 이 갈치속젓이란 것을 이번에 제가 발견하였습니다 남도가 음식의 명가이고 조선의 맛을 내는 고장이란 말을 건성으로 듣고 말았는데 갈치내장 하나로 이런 맛을 낸다는 것 정말 놀랍고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아,, 어찌하여 어머니 생전에 이 것을 발견치 못하였고 칠게장을 알지 못하였던가! 기껏 서산에 모시고 가서 바지락칼국수를 사드린 것 뿐이었는데 후회가 됩니다 우리 경상도는 소리만 지르고 성만 낼줄 알았지 맛 하나 제대로 못내는 것만 같아서 속이 상하였습니다 여수의 갓김치만 해도 그 맛을 경상도는 따라가지를 못합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진하게 코를 스치는 아리한 맛은 참으로 천하일품입니다 대구는 삼계탕이니 안동국시니 간고등어니 돼지국밥이나 무슨 막창이란 음식을 파는데 오천 년 긴 역사의 유구성에서 보면 작은 것으로 응집되어 깊은 정감과 문화를 이루는 것으로는 남도의 손맛과 정성이 아니면 이루지 못할 것 같습니다 문화와 혈맥의 뿌리는 결핍과 열정이 아니고서는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이소성대란 이런 것을 두고 이야기하는 줄 알겠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평생에 좋아하시던 음식을 맛보면 어머님 생각에 잠 못 이루고 더구나 비가 오는 밤이면 어머님 생전의 모습에 내 마음을 싣고 긴 여행을 떠납니다 아버지 친구였던 박 봉우 아버님은 병원에 계시는 것 보고 미국으로 떠났는데 아직 살아계시는지 이번 주 토요일 포항에 가서 병원을 방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재균이에게도 내일쯤은 전화를 해보고 재명의 사후 소식을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소문에 그 부모님들에게는 재명이 사망소식을 전하지 않았다고 하니 애물이란 이런 것이지요 제 생각엔 참척(慽慽)이 맞는 것 같습니다 자식의 죽음을 알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요? 저도 이렇게 가슴이 애통해지는데... 어머니 여름은 해가 길고 일하기 힘들다고 하여 옛 어른들은 음력 오뉴월을 깐깐오월이라고 했습니다 지쳐서 귀가하는 강진이를 보면 마음이 무척 아립니다 올해는 좋은 일이 많이 있고 홍섭이에게 빌려준 돈도 받아서 부채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머니 기도 많이 해 주시고 저 또한 빨리 극복하고 일어나서 주위에 어려운 분들을 조금씩 돕고 그들이 웃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런 모습을 상상만 해도 힘이 나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저의 모습이 의연해 보여 저 자신에게 내일을 여는 힘이 됩니다 마음이 울적하면 다시 들어와서 어머니께 재미난 이야기 들려드릴게요 그때까지 어머니 안녕히 계셔요 날이 갈수록 어머님이 무척 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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