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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289)
어머니 잠도 오지 않고 누워 뒤척이다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여니 반가운 와인이 반쯤 마시다가 둔 게 있어서 노가리 세마리를 전자레인지에 30초 돌리고 초고추장에 안주 삼아 마시다가 어머니가 보고싶어 창을 열었습니다 저는 막걸리를 마시든 맥주를 마시든 안주는 노가리라고 생각합니다 하도 사람들이 노가리를 많이 잡아 먹어서 이제 동해안에는 노가리가 없고 살아있는 명태를 잡아오면 50만 원의 현상금이 걸렸습니다 누가 명태새끼를 노가리라고 했는지 그 연유는 알 수 없으나 요즘은 노가리도 전부 수입이라 귀하고 귀해서 요즘 저는 코다리를 자주 먹습니다 코다리도 러시아산이지만 그나마 조림을 하면 먹을만 합니다 왜냐면 노가리보다는 살도 도탐고 씹는 맛이 쫀득해서 제법 꼬들합니다 먼저 코다리를 물에 담구어서 깨끗이 씻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대가리하고 꼬리는 잘라서 접시에 담아 둡니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살짝 구워줍니다 자작 소리가 나면서 노릿노릿 흰색이 노란 색이 들도록 적당히 돌려가며 굽습니다 고추가루와 고추장과 매실청과 멸치액젓을 적당히 섞고 진간장에 다진 마늘과 설탕을 넣고 미리 삶아 둔 무청 씨레기를 조물조물 무쳐서 30분 가량 양념이 배게 둡니다 파도 종기종기 썰어서 나중에 코다리 위에 뿌릴 준비를 해야겠지요 멸치육수에 무를 조금 두텁게 썰어서 밑에 깔고 팔팔 끓이다가 코다리를 넣습니다 그 위에 양념이 배인 무청씨래기를 넣고 30분 가량 졸입니다 자작자작 끓어오르면 청주를 한 숟가락 넣습니다 무청이 부드러워지고 코다리의 냄새와 잘 어울려지게 되지요 청주가 없으면 소주를 한 잔 정도 넣어도 됩니다 따뜻하게 해서 강진에게 주면 형님 맛이 좋네요 합니다 좋을 수 밖에 어머니가 해 주신 그 맛 그대로 내가 했으니까요 코다리에 무청을 넣는 것은 옛날에는 없었고 경상도에서는 무만 넣고 하지만 요즘 티비에 알토란을 보면 유명요리사들이 코다리 위에 무청을 넣더라구요 접시에 담을 때는 무청이 밑에 깔리니까 보기에 더욱 좋구요 코다리 대신 붕어나 메기를 넣으면 메기찜이 되는 것이지요 저는 고등어를 넣어서 해 보았더니 고등어 기름에 무청이 배여서 맛이 가히 일품이었습니다 어머니 좋아하시는 고사리를 넣어서 무청과 함께 버무리면 금상첨화이겠지요 옛날 양평에서 붕어찜을 먹었는데 무청에 붕어를 올리고 해주던 전주집이라고 있었습니다 지인 네명과 같이 먹었는데 하도 맛이 기가 막혀서 다시 찾아갔더니 할머니는 돌아가셨나봐요 며느리가 저를 반기는데 그 맛이 나지 않았습니다 시인 민영 선생님을 모시고 제가 갔었는데 그 맛을 찾지 못하여 지금도 애석히 생각합니다 어머니 오늘 저녁은 강진에게 삼계탕을 해 주었습니다 당귀도 넣고 엄나무도 넣고 대추도 넣고 오가피도 넣었습니다 햅쌀에 흰 강낭콩을 조금 넣고 한참을 끓여서 주었더니 뽀도독 뽀독 잘도 먹네요 잘 먹는 모습 혼자 슬그머니 오래 보았습니다 고기를 못 먹는 저는 코다리 몇 점 먹고 며칠 전 해 둔 우엉무침으로 밥을 먹었습니다 어제는 청국장을 끓였는데 제가 했는데도 너무 맛 있었습니다 두부가 맛 있었습니다 어머니 모두가 소고기가 맛있다고 하는 세상에 두부가 맛있다고 하는 저는 무거리 같습니다 노바디란 말이 요즘 자꾸 생각이 나서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왠지 짜발량이가 되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오늘은 약포 정탁님을 공부했습니다 선조가 순신을 죽일려고 했을 때 72세의 노구를 생각지 않고 상소를 올려서 살려 낸 인물입니다 비겁한 왕이 충의로운 신하를 죽이는 모습 역사에는 많이 있습니다 정탁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순신을 살려냈습니다 13척의 배로 300척이 넘는 왜적의 무력을 도륙낸 명량대첩 세계 해군사에 그 역사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이 순신을 해신이라고 공경해 합니다 한데 조선은 왕명을 어겼다고 죽일려고 했습니다 그러니 나라가 일본에게 먹혔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순신장군님의 후손들은 요즘도 정탁님의 제사에 찾아가서 배례를 한다고 합니다 400년 역사의 찬란한 은혜와 의리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참 삶의 모습입니다 어머니... 오랫만에 와인 한 잔 하고 어머님이 그리워 창에 들어왔습니다 여길 오면 어머니 만나고 마음 평안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어머니 마음이지요 그래서 저는 어머니 마음을 닮고 싶습니다 어머니 일생을 닮고 싶습니다 지족불욕이란 이런 생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이제야 어머니 마음 조금씩 조금씩 알 것만 같습니다 내일은 강진이 쉬는 날입니다 힘든 일을 육일간 하고 하루를 쉬는 동생에게 맛나는 것을 해주고 싶은 것이 저의 마음입니다 자장면을 해 줄까 생각합니다 전에 볼리비아에서 제가 자장면을 해서 집에 일하는 아이들에게 맛보라고 조금 주었더니 난리가 났습니다 세놀이 한국서 식당을 했어요? 하고 묻길레 많이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아름답고 즐거웠던 추억이 있었습니다 냉장고에 쭈꾸미가 한 팩 있더군요 해물쭈꾸미 자장면을 해서 주면 잘 먹겠지요 면은 제가 미국서 갖고온 이태리면이 있어서 무척 쫄깃합니다 강진이가 좋아할 것 같습니다 어머니 어머니께서는 잘난 아들이나 못난 아들이나 똑 같겠지요 아픈 손가락이 더 마음이 갈 것입니다 저도 보배가 늘 마음에 남아 보배생각을 많이 합니다 어머니 기도 많이 해주십시오 난관을 이기지 못하면 마음의 평정과 천하의 의기를 얻을 수가 없습니다 진눈깨비 흩날리던 2월이 지나고 비바람 불던 3월이 지나고 난 뒤에 꽃샘도 밀려가면 화사함 피어나는 5월이 오리라 믿고 오늘도 두 손을 모우고 기도를 합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 어머니의 거룩하신 희생과 사랑 새벽이 오면 기도를 합니다 제 마음의 평화와 이웃들의 강령을 위해서 늘 이렇게 기도를 합니다 어머니 사랑해요 스스로 흘러 넘치는 말씀처럼 제 몸도 영혼도 어머니를 향하여 속삭입니다 어머니 사랑해요 제겐 너무나 거룩한 어머님입니다 해서 저는 달 속에서도 술잔 속에서도 언어의 씨앗 속에서도 늘 어머님을 뵈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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