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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초저녁에 한숨 잤는데 시차적응이 아니 되어서 그런지 밤이 깊은데도 잠이 오지 안아서 어머니 창을 두드렸습니다 한국은 날씨가 많이 덥고 특히 대구 경북은 35도라고 뉴스에서 더위에 관한 소식을 듣고 어머니 계시는 파주는 많이 더운가 티비를 보면서 어머니 염려를 하였습니다 춘하추동의 흐름에 인연은 생의 발걸음을 겹겹이 쌓아 희로애락의 그림자를 유리창에 비추고 흥망성쇠의 물결은 청춘의 덧없음을 애오라지 흔들어 희미히 성운을 비낍니다 어머니 가신 그 길 먼산주름을 너머 저 먼 구름장을 건너 표표히 흘러가는 물결에 사라진 그 길 화염곤강에 옥석구분이라 하더니 내 마음은 언제나 애닯음에 물듭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또 어머니를 만나고 어머니를 이별하고 짧은 세월의 연속선에 서서 그리움은 붉은 달이 되어 나의 창가를 아스라히 비추고 내 몸을 촉촉히 젖게 합니다 어머니 가요무대를 틀고 명상에 잠기며 한 자 한 자 글을 치는데 허공이라는 노래가 나옵니다 옛날 30년 전 제가 처음 홀인원을 했을 때 그리하여 집에서 바배큐 파티를 열고 골프회원들을 초대하여 밴드를 부르고 법석을 떨었을 때 사회자가 나보고 주인공 노래 한 곡 하라고 박수를 치고... 그 때 불렀던 노래가 허공이었지요 그 노랫말이 무척 좋았습니다 멀리 조국을 떠나서 이역만리 볼리비아라는 낯설고 말설고 바람마져 내 것 같지 않은 땅에서 생존의 하루하루를 열어 갈 때 불렀던 노래가 허공이었습니다 이제 그 노래를 들으니 어머니 계시는 저 먼 곳과 나의 마음을 너무 깊이 울려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추창해집니다 노랫말은 정욱씨가 썼는데 정풍송님의 필명입니다 정풍송씨는 미워 미워 미워를 작곡하여 크게 히트한 작곡가이며 한 상일님이 부른 웨딩드레스를 작곡한 분이기도 합니다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움 남아 ...사랑했던 마음도 미워했던 마음도 허공 속에 묻어야만 될 슬픈 이야기 스쳐버린 그날들 잊어야할 그날들 허공 속에 묻힐 그날들' 이제 우리의 모든 사랑 이야기는 언젠가는 허공 속에 묻히게 되겠지요 어머니의 그림자도 나의 흐릿한 그림자도 허공 너머 아득한 곳에 묻히게 될 것입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 저의 마즈막을 보는 것 같아서 생의 부질없음을 느낍니다 어머니 설니홍조란 말이 있습니다 눈이 내리고 눈이 진흙에 쌓이고 기러기가 그 위에 발자국을 남긴다는 뜻입니다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소동파가 아우 소철에게 보낸 편지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눈이 녹으면 기러기의 발자국도 지상에서 사라지겠지요 우리 인생도 덧없음의 이와같음을 시인의 눈으로 적확히 바로새김을 한 것입니다 그의 시는 무척 깊은 생의 철학을 나타낸 시들이 많은데 학문을 숭상한 송나라의 풍속을 보는 것 같아서 당나라의 시들과는 조금 격이 높기도 합니다 물론 이백이나 두보 유종원의 담백한 여정의 시들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시란 사람의 감성을 지순하게 표현하는 진실을 글로 담은 것이기에 눈물 나는 시들이 많습니다 특히 이백의 정야사를 읽으면 고향 그리는 마음이 두보와 못지 않습니다 어머니 지난 토요일 포항 죽도시장에서 사온 미주구리(물 가자미)를 열마리 잘게 썰어 신안 천일염으로 간을 적당히 한 뒤에 하루를 재우고 무를 한 시간 소금에 절여서 꼭 짜고 조밥과 백미를 섞어서 찌고 한국서 갖고 온 좋은 고추가루를 넣고 마늘과 생강을 버무러 가자미식해를 만들었습니다 오늘 나흘을 한데에 두었다가 드디어 개봉을 하여 맛을 보았는데 어머니께서 해 주신 맛과 너무 차이가 났습니다 물론 아직 숙성이 덜 되어서 고추가루의 매운 맛이 죽지 않았고 가자미의 뼈가 쓉히긴 했습니다 큰 반찬통에 꾹꾹 눌러서 단단히 봉하여 밑바닥에 넣어두고 작은 항아리에 바로 먹을 것만 조금 담아서 일반 냉장고에 두었습니다 짠맛도 성기고 매운 맛도 깊음이 없어 아..어머니를 따라가기엔 너무나 멀구나 하고 무척 아쉬워하다가 그래도 미국서 어머니 가자미식해를 그 향을 맛보는 것이 어딘데 자위하며 하이네캔 한 병을 따고 살금살금 젓가락질을 하다가 마침내 큰 가자미 덩어리 하나를 입에 넣었더니 동해바다가 갑자기 물결을 치며 내 몸 속으로 들어와 바다향을 토해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억수로 좋았습니다 아직 숙성이 덜 되어서 비릿한 맛은 있지만 이 꼬름한 비릿내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마 더러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어머니 자랑을 하며 조금 나누어 주고 싶은데 코로나19로 모두가 사람 만나기를 두려워하고 특히 음식을 나누는 일은 정부에서도 하지 말라고 하니 부득이 제가 혼자 먹어야겠어요 이제 한달 뒤 냉장고에서 서서히 숙성이 되어 맛이 진해지면 유산균이 엄청 많아서 저의 건강도 좋아질 것 같습니다 한달 뒤에 맛을 보고 제가 한 맛과 어머니 맛을 비교해 보고 알려드릴게요 어머니께서도 궁금하시죠? 내 아들이 무엇을 했나? 밥식해를 했다니 맛은 어떨꼬? 하시며 궁금해 하실 것 같습니다 이 번이 처음인데 어느 정도 맛을 얻게 되면 풀치로도 한 번 해보고 마른 오징어를 갖고도 한 번 해 볼까 합니다 어머니께서 볼리비아에서 미주구리가 없었을 때 마른 오징어를 제가 한국서 갖고 온 것으로 밥식해를 해 주신 것을 먹은 것을 제가 기억합니다 쫄깃해서 맛이 아주 좋았었지요 엿기름과 멸치액젓이 들어가니 조밥과 백미가 삭아서 약간 단맛을 느끼며 숙성이 깊어지는 것 같아서 고향바다를 유영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 가시고 십년 저는 속초에서, 축산에서, 강구에서 후포에서 동해안 어디에서고 어머니 담구신 가자미식해를 능가하는 밥식해를 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전부 짜거나 아니면 미주구리가 여름 것이거나 너무 건조하여 딱딱하거나 고추가루를 싸구려로 해서 씹을 때 깊은 햇살의 맛을 느낄 수가 없었지요 제일 중요한 것은 마늘과 생강과 고추가루의 배합인 것 같습니다 저도 어머니 흉내를 내느라 숟가락으로 마늘과 생강과 엿기름을 재면서 넣지 않고 손으로 적당히 퍼넣어서 슥슥 버무렸습니다 얼마나 어머니께서 해주신 음식이 먹고 싶어서 제가 직접 해 보았을까요? 죽도시장에 가니 밀복이 있었습니다 3마리를 샀는데 한 마리는 한국서 지리탕으로 먹고 두 마리는 냉동실에 넣어두었습니다 미국은 복어를 못 먹게하고 시판을 허락하지 않기에 귀한 생선입니다 조만간 코로나19가 조금 가라앉고 어느 정도 정상으로 사회가 돌아오면 목사님을 초대해서 복지리탕을 한 번 대접했으면 합니다 코로나로 교회도 열지 못하고 유튜브로 설교를 하셨다고 합니다 고생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목사님 격려차원에서 제가 그렇게 별미를 해 주면 무척 좋아하시겠지요 사모님 고향이 강화도라 생선요리를 디게 좋아하십니다 지난 일요일 저의 집에 예배 보고 점심을 갖고 왔다고 방문을 하셨길레 보리굴비 두 마리 드렸어요 목사님보다 사모님이 괭장히 좋아하셔요 한국방문하고 엘에이 돌아올 때는 꼭 목사님께 보리굴비를 선물하곤 합니다 사모님이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바라보면 제가 무척 기쁨니다 가난한 교회의 가난한 목사님의 삶을 사모님이 책임지고 이끌어나가시는 모습을 보면 신앙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볼 수가 있습니다 저는 주의 목자에게 잘 해드리고 싶습니다 더군다나 우리 교회 목사님처럼 가난을 힘들어하시지 않고 이겨내시는 진실한 목자님에게는 정말 제 몸을 갈아서라도 잘 해 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님이 그런 저의 모습을 보시면 어머니를 특별히 불러서 집사님 아들이 잘하고 있네요 하실 것 같아서 어깨가 으쓱합니다 설령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진실되고 겸손한 분들의 향기는 언제나 사람을 감동시키지요 사람을 무시하지 않고 사랑해 주며 공경해 주는 목사님의 자세는 늘 저의 귀감이 되곤 합니다 어머니 새벽이 가까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이런 소리 저런 소리로 어머니께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는 저의 시간이 무척 저에겐 소중합니다 살아도 죽은 자가 있고 죽어도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생자필멸이 아니라 생즉필사요 사즉필생이란 말과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이 작은 창에서 어머니께서는 영원히 살아 계시고 저의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살아서 저와 함께 호흡하며 숨쉬며 대화하며 생존해 있을 것입니다 어떤 경우든 어떤 변화무쌍한 시간과 그 시간 속의 어려움과 고충이 온다고 하더라고 어머니께 향하는 저의 마음은 또바기 정심을 다 할 것입니다 저는 이런 말을 어머니께 할 때는 저의 목숨을 걸고 하는 말입니다 그러니 어머니 혹여 저의 정성이 부족하여 어머니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어머니께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저어하시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언제나 한결 같은 곧을 직의 제 영혼을 보시고 또 제 심연의 천진무구를 보시고 저를 용서해주시기 바람니다 목숨이 있는 짐승도 제 애미를 사랑하는 법이거늘 항차 사람에 이르겠습니까? 제가 많은 돈을 벌고 많은 땅을 소유하고 많은 인맥과 조직을 갖고있다고 하더라도 제가 쓴 시 한 편보다 못합니다 백석을 사랑한 자야가 한 말입니다 '내가 갖은 이 요정의 가치가 1000억이 넘는다 하더라도 그분의 시 한 편보다 못하다오' 왜 그 시인을 평생을 두고 흠모하느냐고 후배 기녀가 물었을 때 자야가 한 말입니다 지금은 그 요정을 허물고 법정스님이 길상사라는 절을 지었다고 하지요 생각의 힘에 따라서 생각의 가치가 꽃을 피는 법입니다 어머니 저는 시인의 꽃봉오리를 버릴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어머니 오늘도 저의 가슴에 편안히 주무셔요 또 제가 똑똑 두드리면 일어나셔서 저랑 이야기해요 저는 어머니의 사랑을 너무 그리워합니다 요즘은 몸이 많이 아프고 시차 극복도 못하고 책을 읽을려고 하면 눈이 아픕니다 14일 자가격리도 곧 끝나고 주치의에게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부정맥은 평생을 간다고 하는데 당뇨는 그리 심하지는 않으나 조금 당이 오르면 머리가 그렇게 아픕니다 볼리비아도 곧 통금이 해제될 것이고 미국도 다음 주에는 완전히 해제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이 무서운 전염병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백신을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느끼고 괴로워합니다 저도 기도하며 잘 견디겠습니다 수입이 끊어진지 세 달이나 지났으니 생활도 많이 힘들군요 세상 어디를 가도 저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가 이런 환난은 겪어본 적이 없으니까 차단된 삶을 서로 영위하며 사는 것이지요 어머니 안녕히 게셔요 소자 또 다시 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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