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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이제 밤이 되면 찬 바람이 제법 몸을 스늘하게 합니다 겨울이 발밑에 있는 것이지요 두 달 전에 아버지와 함께 제 꿈에 나타나셔서 말씀 없으시고 물끄러미 나를 보시고 사라진 이유를 몰랐는데 어제 강진이가 탈장 수술을 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병원에 3일을 입원을 했고 어제 퇴원하여 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다고 콜이 왔습니다 수술은 잘 되었고 회사에서 년차를 충분히 쓰고 다시 근무를 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어머니께 근심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급히 창을 열었습니다 게다가 요즘 여자 친구가 생겨서 둘이 자주 시간을 보내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우며 지낸다고 해서 저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경주에 살던 은비가 요즘은 대구에 와서 산다고 합니다 류서방이 근무지를 대구로 옮겼다고 합니다 아이들도 셋이나 되고 하니 바쁘기도 하겠거니와 교육에는 다행한 일이겠지요 은비가 퇴원한 날 와서 지 애비 퇴원하는 것을 돕고 시간을 보냈다고 하니 저도 마음이 놓입니다 제가 있는 지리산은 만추가 한창이라 단감과 대봉감이 어느 계곡을 가든지 가득하고 창공에 붉은 열정을 메달고 휘어져서 나선으로 율동을 하니 바람이 제 집인양 산등성에서 내려와 인정을 채우고 가을의 풍요를 정물에 담고 사라지곤 합니다 계곡마다 물소리가 인적을 부르고 가지에는 청홍백황 선녀가 옷을 갈아입고 한 계절의 무늬들을 채우며 떠나는 자의 묘연함을 그리게 됩니다 천왕봉에서 가을을 채색하던 계절은 반야봉을 거쳐 노고단에 이르면 병풍을 펼친듯 제게 다가오고 이 장관의 하늘 아래 명승을 어머니께 보여드리지 못함이 무척 아쉽게 느껴집니다 국화 한송이에 인생의 비장함과 숭고함을 인연으로 묘사했던 어느 시인이 이 가을에 저에게로 다가옴은 저도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게 해 주는 것이지요 마음이 우울할 때면 한신계곡에 가서 폭포수의 장쾌함을 보고 김 수영의 폭포라는 시를 읊고리곤 합니다 자유와 옳음을 향하여 살아왔던 한시인의 삶! 저도 그런 통곡소리를 가슴에 담기 위해서 작은 시인으로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어머니 인간은 무엇을 추구하며 평생을 갈마해야 하는지요? 지리산은 저에게는 등에 멍애를 지고 살아가는 스승님과 같은 존재입니다 삶의 가치를 부정할 수 없듯이 제가 지닌 이념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부정과 부정 사이에 놓인 다리 위에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저는 오늘도 시를 씁니다 백 년이 지나면 육신은 사라지지만 한 편의 시는 살아서 육신을 다시 회생하게 하지요 어머니 오늘은 김 수영의 시 폭포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폭포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 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불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폭포를 보면 보경사 폭포가 생각납니다 제 나이 12살 때 보경사 수학여행을 갔습니다 저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60년 전 보경사 폭포 생각이 납니다 떨어지는 것은 모두 절망은 아니겠지요 하얀 포말의 물보라는 희망과 행복일 수도 있겠지요 곧은 것이 어찌 절망과 고통이 없겠습니까? 어머니 지리산의 단풍은 설악이나 내장처럼 아름답지는 않지만 옳고 곧음을 지향하는 김 수영을 무척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시인의 어머니로 곱게 사시다 귀천하신 금잔화 보다 아름다웠던 어머니 금과 시인의 거리가 저와 어머니의 사랑을 가깝게 합니다 남은 시간 힘차게 떨어지며 세상의 어두운 소리를 잠재우겠습니다 어머니가 무척 그리운 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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