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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시를 쓰는 일이 약비나기 시작했다 세상의 파도를 헤치고 살아온 일들 일보다는 사람에게 치이는 나날들 인파에 몸이 곤다고들 했다 웃으며 다가오는 각자의 색상에 나는 언제부터인가 이름과 다른 모습을 보기 시작했다 모습을 보면 이름이 떠올라야 하는데 이름 앞에 붙는 형용사는커녕 몸짓 뒤에 붙는 부사만 떠올리는 날들이 많아졌디 이를테면 착한 골육 아름다운 정성 관대한 일월 이런 것들이 주는 의미는 삶의 가지가 되기에 충분했고 때로는 내 삶의 본질이 되기에도 낙낙하고 넉넉했다 중간지대에서 나부끼는 아까워라 아쉬워라 이런 의미는 회색지대의 지름길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면 단하나를 종결짓는데에는 한 인간의 매몰지가 필요했고 나는 발을 빠뜨리기가 일수였다 더러워라 치사하고 징거러워 이 매몰지에서 떠나가는 사람의 후회가 내 몸을 조인다 어느 시인의 옛사랑은 웃다가 울더니 곡소리만 남기고 떠나고 이름값만 못하는 너와 나는 이름 뒤의 부사만 달고 살아왔다 씩씩하게 눈부시게 그러다 허망하게 메암을 돌고 바람에 젖은 백일홍의 떨림을 보았다 이름도 사라진 빈터에 맨발을 삐대며 의젓하게 서있는 구십구일홍을 보았다 사랑은 하나가 모자라도 진실이 아니듯이 안타깝게 아까운 목숨 하나의 울음을 보았다 만상의 병은 어디에서 오나 우리들 몸을 싣고 어디로 가나 청명 곡우가 어제 같은데 무서리 내리는 밤이 나를 떨게한다 화려하게 산화하는 법을 누구에게서 배울까 돌아보니 모든 것이 아쉽고 안타까워 이름 위에 덮인 흙 빗살치듯 백일홍이 피는 꿈을 도톰하게 꾸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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