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 -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너의 까만 눈동자
입가에 어리는 아담한 미소
하얀 살갗에 돋아나는 겸손! 
너는 나의 알맞는 옷임을 스치듯 알았다
내 키에 맞는
단 한 벌의 외출복
감청색 줄무늬가 내 정서를 엮은듯 어울리고 
소매도 알맞게 맞아 떨어진 
정답게 다가오는 외출복
너는 나의 따사함의 또 다른 육신이었다 


나도 너의 키와
너의 단정한 소매에 잘 어울리는
해당화 꽃잎같은 한 벌의 옷이고 싶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는
서로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아니되는
벗어날 수 없는
너 육신의 따사함이고 싶었다

수 많은 세월 속에서 
잠들지 못하는 밤을 보내고
은하와 삼라를 감돌다 
우리는 이승에서 서로의 옷이 되었다.
부끄러운 곳을 감싸주고
찌든 몰골을 돋보이게하고
야윈 살갗을 덮어주는
나는 너의
너는 나의 가장 알맞는 옷이 되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옷 
여름이면 시원한 매미소리.
창공을 휘감는 반소매의 삼베옷이 되고
겨울이면 목화송이 희게 피는 솜옷이 되고
해마다 산천을 따라 피고 지는 옷 한 벌
우리는 이렇게 한 백년을
서로가 옷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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