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류시인은 외로워서 시를 쓰는데 쓰고 나면 더욱 고독에 젖는다고 했다 치자꽃같이 은은하게 살아가리라 믿었던
생은 상습적인 어둠의 촉각에 식상하고 갈 곳 없는 나그네가 떠나야 하는 길은 그녀의 퇴색된 울음에서도 두렵다고 했다
그럴 것이다 학의 울음이 연꽃의 이슬에 스며들 때 우리의 육신은 더 이상 모순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외로워서
시를 써도 생의 허탈에서 벌어날 길이 없지만
그렇다고 생의 의미를 화장(化粧)할 수도 없으니 두려움보다는 어떤 상실에 더 큰 포물선을 긋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의 원형이 모태를 잃어버린 것일까 소나기 울음에도 날고 싶다는 욕망을 상실한지 무척 오래 되었나 보다
고갈된 살갗에 송이송이 꽃이 다가와도 계절은 으레 그러한 것을.
갠지스 강에 학이 난다 환원으로 가는 길목쯤인가 그 여류시인의 창가에 이 밤 치자꽃이나 활짝 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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