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당신을 마냥 흰구름이라고 부르고 싶었습니다 떠돌아다닌 세월이 한 겹 한 겹 벗겨질 때마다 바닥에 고인 물은 동해창파
깊은 곳으로 흘러가고 그 옛날의 내가 이제 돌아보니 나인 줄 알겠습니다 그땐 나인 줄 몰랐더니 당신을 흰 구름이라고 부르고
부터는 내 혼의 가지 끝에서 흐느끼는 물결을 그 물결에 흘러가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물결이 밀리면 밀릴 때마다 당신은 아무런
말도없이 내 곁을 소리없이 스쳐 지나갑니다 꽃잎에 떨어지는 어린 이슬처럼 가냘픈 인연의 꿈은 끊어질 듯 다가오고 해조음 밀려드는
갈대밭 사이 한 시대의 그림자를 입에 물고 기러기는 흰 구름 사이를 날아갑니다 추억은 순간이요 돌아보면 영원도 순간의
연속일 뿐 내가 순음(純音)이 되어 불러보는 흰 구름의 수정빛은 순간도 영겁도 아닌 전생의 그리움인 줄을 알겠습니다 동해창파
푸른 물 끝이 흘러가는 곳 그 자리에 내가 서서 당신을 흰 구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천 년 전의 비바람이 나의 울음인 줄을
알겠습니다 희미히 안개 너머로 사라진 당신은 천 년이 흘러간 뒤에도 나의 울음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아 아, 당신은 덧없이
흘러가는 흰 구름입니다 진체(眞體)도 근원도 없는 바닥의 향수를 핥고 흘러가는 동해창파 푸른 물의 흰 구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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