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월 -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바람이 불면
초목과 더불어 살고
파도가 밀려오면
어떤 미지의 설레임처럼
하얀 월광 속에 머물러 있다

밝음과 어두움
나는 어느 누구에게나
체념과 허무를 골고루 나누어 주지만
이윽고 나는 어둠을 다스린다

물처럼 흘러 가지만
나의 손은 영원이요
나의 겉은 불변이다
존재 속에서 존재를 벗어난 자 만이
내 거울 속 자아를 보리니
나는 삼라만상을 비추는 애오라지 투명의 거울일 뿐
나의 모습은 모방할 수 없는 하늘이요
결코 다가오지 않는 머나먼 해원이다

지상의 모든 번뇌와
그 번뇌의 무게를 용해하며
나의 귀향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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