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삭임 -
 

흰 파도 넘실넘실 밀려오는
저 아득한 해원의 끝에서부터
나는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속삭임을 듣는다
들릴 듯 떨려오는 파장의 가지 끝엔
분명 어제가 나를 닮은 모습으로 서성대고
내일은 변형된 나의 모습은 아닌지
피안의 안개 사이를 헤치고
곰곰 전생의 기억을 더듬게 된다

저 흘러가는 구름과 바람의 유구한 전형(典型)은
어제의 나를 닮은 모습에서 보았던가
풀잎 사이사이에 흩어진 언어를 줏어담으며
누가 뿌려 놓은 씨앗인지
나를 향한 사랑의 별자리는 아니었던가 생각해 본다

본질은 누구에게나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가정을 허공에 뿌리면
꾸역꾸역 밀려오는 파도소리
피안의 언덕을 철썩철썩 두드리는 해원의 속삭임
하얗게 부서지는 본질의 순수가
나의 슬픈 내일의 모형을 아프게 때린다

어디쯤 왔는가
저 흘러가는 구름과 바람의 소리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고개를 돌려도 들려오는 나를 향한 속삭임
잃어버린 것이 없다고 흩어진 계절의 그늘에서 다짐을 하지만
내가 나를 바라보는 예지의 숨결은 날이 갈수록 거칠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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