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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어느 시장에서 손바닥보다 큰 자연산 우럭 두 마리를 샀다 할머니께서 "내 아들이 바다에 나가서 직접 잡은 자연산이래유'라고 했다 어머니께서 무를 깔고 고추가루를 적당히 뿌리고 졸여서 반찬으로 만들었는데 그 맛과 향이 남다르고 깊어 바다내음이 내 코끝에 젖어왔다 "애비야 내가 먹어 본 우럭 중에서 맛이 최고구나!" 살이 깊어서 개미가 살아나는 마닐마닐한 맛을 어머니께서는 잊지 못하셨고 행복해 하셨다 어머니께서 하도 맛나게 드시기에 며칠 뒤 "어머니 제가 다시 아산엘 다녀와야겠어요" "그 먼길을 우럭 때문에 간다고? 가지 말아라..." 세월은 화살이던가? 어머니 타계하시고 15년 우연히 새만금을 구경왔다가 군산어시장에서 손바닥보다 큰 희끗희끗한 자연산 우럭을 보았다 놀래미는 5마리 2만 원인데 우럭은 1마리 2만원이었다 놀래미 5마리를 사고 우럭은 사지 못했다 집에 와서 놀래미를 구워 먹으니 그 맛이 참으로 쫄깃한게 비리지도 않았다 적당히 바닷물에 말려서 간이 맛으니 밥에 얹져서 먹는 맛이 무척 깊었다 미역 사이로 헤엄치는 놀래미 마역국에 홍합과 함께 끓여서 먹던 시절이 생각났다 어제 꿈을 꾸었다 어머니와 함께 먹던 아산만의 우럭 빨간 무에 우락 몇 점이 김에 겹쳐 어머니 얼굴을 덮었다 서울서 아산이 멀어 그렇게 맛나게 드시던 우럭을 사러 가지 못한 불효를 서울서 군산으로 아니 그보다 더 먼 그 길을 어머니 제삿상에 놓기 위해서 나는 내일 군산으로 간다 놀래미가 이렇게 맛나는데 우럭은 다섯배나 비싸지 않은가! 비싸도 사 올 걸 어머니 생전에 다시 못 드린 우럭을 비싸도 사 올 걸 일주일을 후회하며 꿈을 쫓다가 내가 지금까지 어머니를 위해서 무엇을 했던가 생각하며 소주 한 잔에 놀래미를 찢다가 눈이 젖었다 비싸면 얼마나 비싸고 길이 멀면 얼마나 멀다고 난 내 몸을 무슨 이유로 지금까지 외어서며 은빛으로 포장해 왔을까? 평생을 희생하며 닳은 육신을 끌고 저승으로 가신 그 사랑을 어찌 우럭 한 마리에 비교할 수 있을까? 나이가 들면 사나이는 몸으로 우는 것이 아니라 후회로 우는 법이다 봄이 오면 봄의 잃어버린 후회가 다가오고 겨울이 오면 흰 눈 사이 동백의 속빛으로 붉게 후회는 다가온다 오만 원짜리 사시미를 육신으로 먹었던 나 이만 원짜리 우럭 한 마리에 담긴 영혼의 따사함을 잊고 돌아선 나 울며 후회하며 첫눈이 내리는 고샅을 지나 나는 길을 나선다 생을 넘어 내게 남긴 사진과 미소와 우럭 돌아보니 나는 차마 사람이 아니었다 면장우피란 나를 두고 한 말이었구나 죽어야만 깨닫는 인간이 있다더니 나를 두고 한 말이었구나 꿈속에서도 어제처럼 눈이 내린다 한 밤이 지나면 지상은 은색으로 변모하고 발자국을 남기고 포구로 떠나는 한 마리 짜발량이 설니홍조의 후회를 뿌리고 하루를 새기고 있을 것이다 희생과 사랑, 헌신과 정성 하늘에도 있고 산에도 있고 바다에도 있다 이 아득한 거리 사후에는 육신의 무게만큼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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